29일 부산시 해운대구 부경대 부두. 해상물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일명 ‘움직이는 항구’인 모바일 하버가 본격적으로 개발을 착수한 지 2년 만에 바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시연된 모바일 하버 기술은 크게 △파도나 바람에 흔들리는 상황에도 안정된 정밀작업이 가능한 안정화 크레인 △선박 간 일정 거리 유지를 위한 도킹기술인 로봇암(팔) 자동도킹시스템이다.
시연이 시작되자 시제품으로 제작된 모바일 하버 크레인이 해상에 정박된 컨테이너선에 접근했다. 모바일 하버 도킹시스템의 로봇암이 이 컨테이너선 외판에 흡착패드를 이용해 진공 흡착했다. 이후 안정화 크레인에서 집게 역할을 하는 스프레더가 내려와 컨테이너를 체결했다. 이날 모바일 하버는 총 670톤의 컨테이너들을 상·하역하는데 성공했다.
모바일 하버 규모는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다르게 제작이 가능하다. 선보인 시제품은 해상 플랜트, 군수보급, 특수크레인, 고중량물 상·하역, 해난구조 등 실제 분야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며, 시간당 25개 컨테이너를 옮기는 게 최종 목표다. 이날은 시연 중 파도가 많이 치지는 않았지만 파고가 높아져도 기술을 실행할 때 무리가 없다고 KAIST 연구진은 전했다.
모바일 하버는 수심이 얕은 항구에 접근하지 못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에 접근해 컨테이너를 하역, 육상 부두로 옮길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신개념 해상물류 운송수단이다. 항구 증설 등이 어려운 해외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이는 지난 2009년 싱가포르에 방문한 곽병만 KAIST 모바일하버사업단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대형 화물선이 부두에 접안하지 못하는 경우 하역 기능을 가진 선박이 다가가서 화물을 처리하자’라는 것.
KAIST는 그 해 안정화 크레인 기술, 로봇암 자동도킹기술 등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정부 예산은 지식경제부(100억원), 교육과학기술부(250억원) 등으로부터 총 350억원을 지원받아 총 176개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통합시스템을 갖추고 실제 환경인 해상에서 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곽병만 단장은 “항만을 신설하거나 증설하지 않고 컨테이너를 수송할 수 있는 국내 독자 기술인 모바일 하버에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기대에 부응해 모바일 하버가 여러 분야에 파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전히 모바일 하버의 시장 수요 및 경제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만들었지만 과연 쓸모가 많겠냐는 것.
곽 단장은 “정부 예산 지원이 더 이상 약속된 게 없어서 연구비가 확보되지 못하면 그간의 연구성과와 고급인력이 와해될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일개 대학에서 이만큼 짧은 기간에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원천기술 확보 차원이라 생각하고 모바일 하버에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부산=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