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회장님’의 소탈한 모습이 화제다.
최고급 승용차에 운전기사, 수행비서까지 대동한 일반적인 그룹사 회장의 모습과 달리 일명 ‘BMW(Bus, Metro, Walking)’를 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다.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최근 출입기자단 간담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 지하철로 이동, 화제가 됐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장이자 재계 서열 7위인 GS그룹 총수라는 점에서 직접 카드를 찍고 게이트를 통과하는 모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허 회장의 지하철이나 도보 이동은 주변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평소 성품 때문에 지하철이나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집무실이 있는 역삼동 GS타워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의 강남역 정도는 수행비서도 없이 걸어서 이동한다. 전경련 사무실에서 회의를 마친 후 63빌딩까지 도보로 이동한 일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대중교통에서 만날 수 있는 그룹 회장은 허 회장만이 아니다.
국내 10대 그룹인 KT를 이끄는 이석채 회장도 가끔 지하철에서 목격된다.
이 회장 역시 가까운 거리나 개인 약속은 수행원 없이 혼자 지하철을 이용한다. 실제로 서초동 KT 사옥에서 가까운 곳을 이동하며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허 회장을 보좌하며 전경련 살림을 꾸려가는 정병철 상근부회장은 대중교통 중에서 버스를 가장 선호한다. 주말에 이동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는 네 번(5회째 승차)까지 환승이 가능하다’는 등 가끔 일반 사람들도 잘 모르는 버스 이용 노하우를 주변에 전하기도 한다.
박철한 전경련 홍보실장은 “평생 지하철이나 버스 등은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분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에서 허례허식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소탈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일상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