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감축목표 정부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산업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공청회 자리에서조차 정부의 일방통행이 이어졌다.
29일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지식경제부 등 정부합동으로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부문별·업종별 온실가스 감축목표(안) 공청회’에서 패널토론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종합적이고 균형적이며 효율적인 결과”라며 합리적인 정부안에 대해 받아들여 주길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정부 측 관계자 10여명이 토론의 패널로 나선 것에 비해 정작 온실가스 감축 활동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산업계에서는 1명만 패널로 참가한 반쪽 토론회였다. 특히 가장 많은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지고 있는 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협·단체에는 정부에서 패널참가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
산업·발전부문을 담당하는 지경부의 임기성 녹색성장기후변화정책과장은 이에 대해 “관련 산업의 협·단체들에 최대한 많은 참석을 요청했지만 패널로는 자리가 한정된 이유로 2명만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나마도 패널토론에는 산업계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불참했으며 제지연합회만 참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천규 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대응팀장(국장)은 “이번 정부안은 일관성 지키는 차원에서 2009년 배출전망치(BAU)를 유지했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감축경로가 들어간 것”이라며 “정부는 균형적 시각과 현실성을 고려해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선이 무엇이냐를 고민해서 정부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유복환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과 김석윤 국토해양부 녹색미래전략담당관도 입을 모아 “정부안은 공동작업반을 통해 민간에서도 많이 참여해서 결과가 나왔고 합리성을 확보했다”고 거들었다.
이재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국장은 “온실가스 감축은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동 작업을 한 것”이라며 “감축 수단을 뽑아보고 비용효율적인 감축방안을 도출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유일하게 산업계를 대표해서 토론에 나선 권오근 제지연합회 상무는 “정부안 작업 시에도 산업부분과 의사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감축 시나리오 산정 과정에서도 정부는 산업계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상무는 또 “이번 정부안은 제지·목재 업종만 해도 인쇄·출판까지 포함하는 데 제지업종만을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등 업종 구분이 명확치 않다”며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을 고려하고, 경쟁국 온실가스 정책 등을 반영해 합리적인 목표로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후정의연대와 에너지시민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감축목표의 사회적 영향 및 대책이 포함돼야 하므로 감축 목표안 형식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데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시행 일정에 쫓겨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는 “산업의 배출비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태에서 수송과 가정·상업에 더 큰 감축목표를 부여하는 것은 공정성 면에서 불합리하다”며 “오염자부담 원칙에 따라 산업계가 더 큰 부담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기·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분야가 높은 목표량을 할당받은 이유가 F가스에 대한 공정 감축에 대한 비중이 크기 때문인데, 근본적으로 연료연소에 의한 CO₂배출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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