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영토를 넓히고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뛰어넘는다.’
EU시장은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인구 5억명, 권역총생산(GDP) 16조4000억달러로 미국(14조3000억달러)보다 크다. 단일 경제권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922억달러로 중국(1883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EU로 수출한 금액은 240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5.7% 증가했다. 전체 수출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은 EU와의 교역에서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EU 무역수지(수출-수입) 흑자액은 147억8600만달러로 대미국 흑자 94억1300만달러를 크게 웃돈다.
EU는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액 규모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EU가 한국에 투자한 누적액은 596억8000만달러로 미국(437억2000만달러), 일본(260억2000만달러)을 앞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10개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EU FTA는 한국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5.62% 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 효과가 향후 10년간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GDP가 연평균 최대 0.56% 늘어나는 효과다.
관세 철폐에 따른 상품 가격 하락과 소득 증대로 우리나라의 소비자 후생 수준은 GDP 대비 3.8%(약 320억달러)가량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업 22만명, 제조업 3만3000명 등 25만3000명의 고용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EU FTA 발효로 전기·전자업종은 컬러TV(14%) 등 EU 측의 고관세 품목 관세가 5년 내 완전 없어진다. 전기·전자부품은 발효 즉시 관세가 사라진다. 유럽 현지 우리 업체의 부품 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와 더불어 국내 부품업체와의 연계성을 강화해 국내 부품산업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대표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EU FTA 발효에 맞춰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유럽에 생산 거점을 확보한 상태며 IT제품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합의를 통해 이미 관세가 없기 때문에 FTA의 직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EU 간 전반적 교역량 증가와 이에 따른 수출 인프라 개선 등에는 긍정적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TV와 모니터가 슬로바키아, 헝가리에 생산거점이 있고 생활가전은 폴란드에 설비를 갖춘 상태다. 국내에서 수출하는 일부 대형가전도 관세가 크지 않으며 지난 1996년 싱가포르에서 체결된 ‘정보기술협정(ITA)’으로 반도체, 휴대폰 대부분이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다.
LG전자 역시 휴대폰은 관세가 이미 없고, 유럽으로 공급하는 TV는 LG전자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하는 구조다.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1~2%대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주로 고가 프리미엄급 제품을 판매하는 상황이어서 관세감면 효과는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LG전자는 유럽과의 거래 확대에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현지생산을 확대해 물류비용 절감 등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제품 공급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세탁기, 냉장고 설비투자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기업들은 유럽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관세 장벽은 새로운 판로를 뚫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기업에 장벽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FTA 발효로 관세가 철폐되거나 낮아지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일본 등 경쟁국과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EU와 FTA 발효는 세계 최대 시장과 교역을 획기적으로 늘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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