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처음 등장한 르노삼성의 첫 SUV QM5는 당시 경쟁 SUV들이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어딘가 다른, 도시형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라는 개념을 내세운 모습으로 관심을 모았다. 세련된 외모와 승용차 스타일의 매끈한 주행 성능도 인기 요인이다.
QM5가 더욱 세련된 디자인과 성능·연비를 개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진화했다.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한반도 전체에 비를 뿌리던 날, 강원도 평창에서 뉴 QM5를 시승했다.
외관은 앞모습을 위주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범퍼 모습이 모두 바뀌면서 더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헤드램프에는 동급 최초로 코너링 램프가 적용된 바이 제논을 채택했다. 옆모습이나 뒷모습에서 큰 변화는 없어, 17인치와 18인치의 알루미늄 휠 디자인이 변경된 부분 정도가 눈에 띈다. 인테리어도 큰 변화가 없었다. 계기판의 입체감을 높이고, 백색 조명을 적용해 좀 더 고급스럽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살린 정도. 시트를 비롯한 가죽 마감에는 흰색 스티치를 적용해 산뜻함을 강조했다.
세련되게 변화한 앞모습과 함께 뉴 QM5 변화의 핵심은 파워 트레인의 향상이다. 전 세계적인 디젤 엔진 기술 발전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이제라도 QM5에 이런 최신형 고성능 엔진이 적용된 것은 무척 환영할 일이다. 센터페이서 하단에 있는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가장 먼저 더욱 조용해진 실내를 만나게 된다. 뉴 QM5에서 만족감이 가장 높은 부분이 바로 조용한 실내였다.
신형 2.0 dCi 엔진의 최고 출력 173마력, 최대 토크 36.7㎏·m으로 높아진 성능은 실제 달리기에 여과 없이 반영되어 가속 성능에 한층 여유가 생겼다. 현대의 R 2.0 디젤 엔진이 184마력을 발휘하므로 11마력 낮긴 하지만, 중·저속에서의 즉각적인 응답은 물론이고 고속 주행 성능도 싼타페 2.0을 약간 앞선다. 싼타페가 2.0 엔진으로는 200㎞/h에 도달하기 힘들었었는데, QM5는 싼타페를 능가했다. 연비는 2WD 모델에서 15.1㎞/ℓ로 1등급을 달성했으며, 싼타페의 15㎞/ℓ와 비슷하다.
주행 안정감도 좋은 편이다. 오히려 저속에서 약간 가벼운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 수준이 고속까지도 일정하게 지속되면서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동급 모델 들 중 상위에 속했다. 그만큼 운전하기가 편하다.
편의 장비들을 살펴보면,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가 매력적이다. 상하로 나뉘어서 열리는 테일 게이트는 화물을 싣거나 내리기에 편리하다. 크루즈 컨트롤과 스피드 리미터,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급제동 시 비상등을 자동으로 점멸해 주는 장치들도 갖추었고, 주행안정장치 ESC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현대차 계열의 모델들과는 달리 스마트키 시스템에서 시동을 꺼도 전원이 차단되지 않는 점이 장점이다. 오디오를 듣고 있는 중이면 시동을 꺼도 오디오가 계속 작동되고, 사이드 미러 폴딩이나 다른 전동장치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전원은 도어를 열 때 완전히 차단된다. 이 시스템은 유럽 쪽 자동차들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시동이 꺼짐과 동시에 모든 전원이 차단되어 버리는 현대 쪽 시스템에 비해 편의성이 더욱 높다.
종합적으로 뉴 QM5는 페이스리프트 수준에서 디자인이 좀 더 세련돼 졌고, 엔진 성능은 수치상 경쟁모델에 비해 다소 낮은 듯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최고 수준의 실내 정숙성과 일부 편의 사양에서 프리미엄급의 장치들이 제공된 점에서는 경쟁모델 대비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겠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상품성이 높아진 뉴 QM5는 이미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인 SUV 시장에서 또 하나의 선택 가능성이 높은 개성 있는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