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에서는 7월 1일과 2일, 양일에 걸쳐 대공 알베르 2세의 결혼식이 열린다. 알베르 2세의 아버지인 레니에 3세가 할리우드 대스타 그레이스 켈리와 결혼식을 올린 지 55년 만이다. 1958년생인 알베르 2세는 오랜 시간을 독신으로 살아왔지만, 수영 대회 참가차 모나코를 방문했던 20세 연하의 남아프리카 수영 선수 샤를린 위트스톡과 인연이 닿아 결국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2005년 4월, 레니에 3세의 사망과 함께 국가 수반의 자리에 오른 알베르 2세는 젊은 시절에 다양한 운동선수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지옥의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파리 다카르 랠리’에도 직접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혁신과 환경보호를 강조해왔다. 결혼식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치러지며, 공식 웨딩카도 하이브리드카로 선정했다.
모나코 왕실 결혼식의 공식 자동차 업체가 된 렉서스는 자사의 최고급 하이브리드카를 바탕으로 아주 특별한 웨딩카를 준비했다. ‘LS 600h L 란돌렛‘이 그것이다. 란돌렛(Landaulet)은 20세기 초 고급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차종으로, 뒷좌석의 지붕 부분을 열 수 있도록 만든 차량을 말한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형태지만, 세계 최고급 차를 지향하는 마이바흐에서 수년 전부터 란돌렛 모델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렉서스의 LS 600h L 란돌렛은 결혼식을 위해 1대만 제작된 차량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렉서스 LS 600h L은 우선 벨기에의 차량 개조 전문 업체에 보내져 뒷좌석의 지붕과 기둥부분을 절단해내는 작업부터 거쳤다.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에 나온 국민들에게 신혼부부의 모습이 잘 보이도록 한 것이다.
보통 차에서 지붕과 기둥을 제거하게 되면 차체 강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바닥면 등에는 벌집 모양의 골조와 케블라, 카본파이버 등의 복합 소재를 이용한 보강재가 붙여졌다. 이 복합재질 부분은 고온에서 경화시켜주는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LS 600h L는 2만여개 부품이 모조리 해체된 차체에 복합재 구성품만 더해진 상태로 특별히 준비된 오븐에서 구워졌다. 재조립에 앞서서는 수작업으로 미드나잇 블루 색상의 특별 도색이 이루어졌고, 렉서스 엔지니어들의 감독 하에 10명으로 구성된 팀이 꼬박 2주 동안을 달라붙어 재조립을 끝냈다.
만의 하나, 결혼식 당일 날씨가 좋지 않을 것에 대비해 탈착이 가능한 투명 지붕도 제작했다. 기둥과 보강재가 전혀 없이 한 판의 폴리카보네이트로 이루어진 이 지붕은 헬리콥터나 제트기용 캐노피를 제작하는 프랑스의 전문 업체에서 만든 것으로, 두께는 8㎜, 무게는 26㎏에 불과하며, 차체에는 2개의 부품으로 고정된다.
이렇게 완성된 LS 600h L 란돌렛은 2일, 혼례 절차에 따라 이동하는 신혼부부를 태우게 되는데, 렉서스 측은 이 때 대부분의 주행거리를 전기모터와 배터리만으로 소화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웨딩카는 결혼식 이후 박물관에 보내질 예정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