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 2012년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는 산업발전 촉매

 [그린오션포럼] 2012년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는 산업발전 촉매

 자동차의 발명은 인류의 기술발전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되며 현재도 가장 중요한 수송도구로 사용된다. 또 산업 측면에서도 대량생산 품목으로 가격과 기술의 집약도에서 자동차를 능가하는 제품은 아직 없어 자동차를 ‘산업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며 자동차가 중요한 기간산업으로 대외 무역에서 효자역할을 톡톡히 한다. ‘집보다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애정도 각별하다.

 이러한 자동차도 기본적으로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연료를 태워 여기서 나오는 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이나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특히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해 북극의 빙하 감소, 잦은 태풍과 가뭄 등 기상이변을 일으켜, 국내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6.2억톤) 중 약 16%가 자동차에서 배출(2007년 기준)되는데 배출량을 줄일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무엇보다 규제를 통한 배출 억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2012년부터 자동차 제작사별로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 기준을 만족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 유사한 제도를 시행한다. 이러한 규제 내용을 담은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 고시’가 자동차 업계 등과 협의를 거쳐 지난 6월 9일 공포됐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 제조사는 물론이고 수입사도 한 해 동안 판매한 자동차의 온실가스 평균을 140g/㎞ 이내로 맞춰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받는 자동차의 비율(판매량 기준)이 2012년 30%, 2013년 60%, 2014년에는 80% 그리고 2015년에는 100%가 된다. 이 규제를 준수하려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정비율을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자동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를 제작하고 판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자동차 제조사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g/㎞와 120g/㎞인 자동차 2가지 종류뿐이라고 가정하자. 규제 시행 이전에는 두 차종 중 잘 팔리는 것만 제작·판매해도 상관없지만 규제가 시행되면 이 자동차 제작사는 전체 판매량 중 200g/㎞ 자동차를 25%, 120g/㎞ 자동차를 75% 팔아야 기준을 맞출 수 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지만, 현재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자동차의 판매를 늘려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물론 이러한 친환경자동차의 제작·판매 비율을 높이는 것이 자동차 제조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 자동차 가격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점을 우리는 이미 체험을 통해 습득한 바가 있다. 과거 1990년대부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일산화탄소와 같은 대기오염물질의 배출허용기준이 단계적으로 강화됐다. 환경규제로 적기에 기업의 투자와 기술개발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현재와 같은 국제 경쟁력을 갖게 됐다.

 자동차 온실가스 규제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이 기업들의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가 된 시대에서 환경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지속가능한 성장과 함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이번 규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 한편, 연료 절약과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소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은 산업과 직결돼 있다. 규제가 과거와 같이 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환경규제는 새로운 시장과 기술수요를 창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춰 환경규제에 대한 우리의 시각도 변하길 기대한다.

 이재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 jhgabriel@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