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휴대폰 소매유통 사업 `러시`

유통시장 판도변화 `빅뱅`

LCNC가 운영하는 `컨시어지 모바일숍` 대학로점 내부 모습(출처 : 컨시어지 홈페이지)
LCNC가 운영하는 `컨시어지 모바일숍` 대학로점 내부 모습(출처 : 컨시어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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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들이 휴대폰 소매유통 시장에 대거 뛰어든다. 고가 스마트폰 등장,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등으로 휴대폰 유통시장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기업 진출로 그동안 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점 중심의 휴대폰 유통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SK네트웍스는 관계사인 LCNC를 통해 휴대폰 전문매장 ‘컨시어지’ 분당점을 이번 달 오픈하는 등 올해 말까지 전국 10개점으로 확대한다. 컨시어지는 당초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R)’로 지난해 12월 노원 1호점을 열며 출범했다. 이동통신 3사 단말기를 취급하는 ‘모바일 숍’을 최근 대학로와 신촌에 잇따라 열며 현재 APR 3개점, 모바일숍 2개점으로 늘렸다. 컨시어지 사업 기획은 당초 SK네트웍스 NCD추진팀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컨시어지 모바일숍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윤이 높아진 유통 시장에서 SK네트웍스가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휴대폰 제조사도 소매유통 사업에 새로 진출하거나 매장 확대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국에 15곳에 운영 중인 ‘IT 모바일 숍’을 연말까지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내년부터 제조사가 직접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100개 이상의 전국 유통망을 갖추는 계획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현재 한국마케팅 전략 유통팀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유사한 모바일 매장 운영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팬택은 서울 강남·종로·노원 등 5곳에서 운영 중인 IT기기 판매점 ‘라츠’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휴대폰 업체의 매장은 편리한 체험공간을 갖춘 테마 매장 형식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집객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대기업이 휴대폰 유통시장을 정조준한 것은 스마트폰 열풍으로 80만원대 고가폰 판매가 활기를 띠면서 휴대폰 유통업도 TV 등 가전제품처럼 사업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내년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으로 무한경쟁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제조사, 통신사업자들이 유통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진출로 지금까지 통신사 그늘에서 공생해온 소규모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게 됐다. 최근 스마트폰의 높은 이윤을 노리고 판매점이 3만여개까지 불어난 상태여서 영세한 매장을 중심으로 폐업이 속출할 전망이다.

 이미 애플 아이폰 유통은 대기업이 투자한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휴대폰 판매점의 한 사장은 “금강제화가 투자한 ‘프리스비’나 멕게이트 ‘에이샵’ 등은 대규모 아이폰 체험매장이 소규모 대리점이나 판매점보다 아이폰을 최고 10배 이상 판매하면서 아이폰 특수가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통신사업자들도 맞대응 차원에서 자체 유통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개인 판매점은 인기 제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판매상은 “갤럭시S 화이트 모델은 이통사들이 전용 직영점에만 공급하는 이른바 ‘R코드’ 제품만 내놓을 움직임”이라며 “판매점들도 통폐합으로 대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황태호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