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7시 30분. 한양대학교 종합기술연구원 6층에 5개의 멘토링룸이 마련됐다. 각 방엔 1명의 멘토와 20여명의 멘티들이 배정됐고 멘티들은 멘토를 중심으로 자리를 채워 나갔다.
한 해 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부터, 벤처캐피털 대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청년 창업자, 미래의 CEO를 꿈꾸는 11학번 대학생까지 다양한 신분의 멘티들의 진지한 눈빛이 빛났다.
곧 저녁식사가 차려지고 식사와 함께 조금은 딱딱했던 분위기가 편안한 분위기로 바뀌어 갔다. 멘토로 참여한 김형기 한국벤처투자 사장은 직접 건배를 제의하며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로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곧 멘티들의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한양대 전자통신컴퓨터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심철환 학생(26)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당장 수익을 낼 수는 없다. 이런 경우 어떻게 투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라서 초기 아이디어에 투자할 만한 벤처캐피털이 아직은 없다”고 답했다.
학생 창업자인 이정훈 에이프릴세븐 대표 “사업을 키우기 위해 마케팅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투자를 받고 싶은데 어떤 기준으로 투자자를 선별하냐”고 물었다.
김 사장은 “CEO 한 사람만을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팀이 구성돼 있어야 한다. 팀의 순발력과 응집력이 나타나야 비로소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질문이 이어졌고 멘토의 조언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멘티도 있었다.
멘토의 조언 하나하나를 받아 적는 멘티들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고 멘토 역시 멘티들의 고민을 메모해가며 따뜻한 위로와 날카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멘토의 일방적인 강연이 아닌 의견 교환과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뤄지는 자리로 일반적인 세미나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웃음과 진지함이 교차하며 질문과 답변이 계속됐고 멘토링은 약속한 9시 30분을 훌쩍 넘긴 10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지난 6월 29일 한양대에서 열린 멘토링 카페의 모습이다.
멘토링 카페는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가 주최한 행사로 제7회 한양기업가포럼과 함께 개최됐다.
이번에 처음 열린 멘토링 카페는 멘토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멘티와 공유하기 위한 자리로 틀에 박힌 강연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얘기를 들려주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날 멘토링 카페에는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을 비롯해 김형기 한국벤처투자 사장, 노영식 노아종합상사 회장, 이제호 삼성의료원 분자치료연구센터장, 노기호 전 LG화학 대표 등 성공한 CEO 5명이 멘토로 참가해 자신들의 성공 노하우와 경험을 아낌없이 공개했다.
멘토링 카페에 참가한 멘티들은 모두 이번 행사에 커다란 만족감을 보였다.
이정훈 대표는 “좀 더 가까운 자리에서 직접적인 질문을 할 수 있어 매우 특별한 자리였다”며 “개인적으로는 팀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유현오 제닉 사장은 “중소기업 사장은 스마트폰처럼 만능이어야 한다”며 “멘토링 카페를 통해 스마트폰에 장착할 유용한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기분이다. 멘토의 조언을 통해 빨리 가는 길을 찾은 것 같아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류창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오늘 멘토링 카페에 참석한 사람들끼리 번개모임을 결성하는 등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앞으로 매년 2분기에는 한양기업가포럼과 멘토링 카페를 함께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