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아이폰을 구입한 직장인 A씨는 ‘앵그리버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구가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바로 국내 앱스토어에 접속, 게임을 찾아봤지만 검색을 거듭해도 찾을 수 없었다. 직장 동료에게 북미 계정을 따로 만들어 해외 앱스토어로 우회해서 접속하면 내려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았지만 신용카드 등록과 주소지 입력에서 자꾸 오류가 났다.
결국 A씨는 ‘화난 새’를 플레이하려다 ‘화’만 키우는 낭패를 겪었다. 이처럼 언론 보도를 접하고 화제가 된 글로벌 스마트폰 게임을 이용하려다 황당함을 겪는 일이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6일부터 시행되는 법안에 따라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등 오픈마켓을 통해 제공되는 게임물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사전 등급분류 심의대상에서 제외된다.
◇자율등급 첫 걸음 ‘오픈마켓법’=지난 4월 5일 공포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에 따라서 오픈마켓 게임물 자율등급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이 법은 오픈마켓 등 새로운 유통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오픈마켓 게임물의 사전등급분류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물의 제작 주체, 유통 과정의 특성 등으로 인해 등급위원회를 통한 사전등급분류가 적절하지 않은 게임물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게임위의 사전등급분류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게임물과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은 이번 자율등급분류에서 제외된다.
사전등급분류에서 제외된 게임물은 일반폰·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오픈마켓에서 제공되는 게임물로 중개사업자나 제작자에 의해 자체적 등급 분류 후 서비스된다. 현재 애플, 구글, SK텔레콤, KT와 같은 국내외 오픈마켓 중개사업자들이 게임위와 세부 가이드라인에 대한 협의를 거치고 있다.
◇국경 없는 콘텐츠 무한경쟁 막 올라=당장 오늘부터 애플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지는 않는다. 게임위와 중개사업자들 간 등급분류 기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이나 구글 등이 게임 카테고리 오픈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혀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사실상 글로벌 게임 오픈마켓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면 해외 앱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던 게임빌, 컴투스, 넥슨모바일 등 국내 게임업체는 스마트폰 게임물의 전 세계 동시 출시가 가능해진다. 이 업체들은 국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어 해외에 게임을 출시하는 동안 정작 국내 앱스토어에는 출시하지 못 하며 ‘속앓이’를 해왔다. 국내 개인 개발자들의 경우도 까다로운 게임위 등급분류를 거치지 않고도 앱스토어를 비롯해 티스토어, 올레마켓 등에 게임 출시가 한결 쉬어진다. 이에 따라 스마트 디바이스용 게임 콘텐츠들의 멀티플랫폼 출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국내 시장 접근성이 높아진다. EA모바일, 게임로프트, 로비오 등 글로벌 게임사들의 국내 진입이 대거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이들 게임사는 앱스토어 인기순위를 독점하면서 지속적으로 대작 모바일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개발단계부터 전 세계 출시를 염두한 해외 글로벌업체들도 대작게임 위주로 발 빠르게 게임 한글화를 진행, 오픈마켓 개방을 기다리고 있다.
◇정보 접근권, 소비자 선택 넓어져=2011년 상반기 기준으로 북미 앱스토어에는 50만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앱스토어의 40%에 육박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무료 콘텐츠다. 앱스토어를 맹추격 중인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의 애플리케이션은 30만개 이상으로,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했다. 전체 애플리케이션의 20%를 차지하는 게임 분야는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카테고리다.
게임 카테고리가 막혀 있는 동안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운영하는 오픈마켓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국내 앱스토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자율등급제도로 인해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면 소비자들은 보다 다양한 해외 게임들을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 게임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게 되면 보다 다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전망이다.
게임물 자율등급제 적용 협의 대상 예시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