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출시될 애플의 ‘아이폰’ 차기작은 비동기식(GSM·WCDMA)과 동기식(CDMA) 네트워크 기술을 동시에 지원할 전망이다. 그동안 각기 다른 통신 방식을 고수해온 전 세계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동시 출시가 가능해져 ‘애플식 블록버스터’ 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차기작은 기존 ‘아이폰4’와 똑같은 3.5인치 디스플레이에 디자인도 비슷해 완전히 다른 모델인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아이폰4S’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5일 국내 아이폰 부품 공급업체 고위 관계자는 “올가을로 예정된 애플 차기모델은 GSM과 CDMA를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 모드 통신 칩이 장착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여타 부품들의 수급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통신업체 한 관계자도 “미국 통신업계에는 듀얼 모드 통신 칩 장착이 기정 사실화되는 양상”이라며 “각기 다른 통신 방식을 사용 중인 미국 1, 2위 업체 버라이즌과 AT&T는 거의 동시에 아이폰 차기작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4를 출시하면서 GSM(WCDMA) 모델을 먼저 출시한 뒤 6개월 뒤 CDMA 모델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미국 최대 통신사 브라이즌와 스프린트넥스텔을 비롯한 전 세계 CDMA 사업자들의 ‘아이폰4’ 판매 실적은 다소 저조했다.
듀얼모드 아이폰은 CDMA 사업자의 이 같은 불이익을 해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유일의 CDMA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세계 CDMA 사업자 가운데 유일하게 1.8㎓ 주파수를 사용해 이번에도 ‘아이폰’ 출시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듀얼모드 통신 칩세트를 사용하더라도 주파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출시가 힘들어 애플과 비즈니스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애플은 듀얼모드 아이폰으로 차기작 판매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만 놓고 봐도 GSM 방식의 AT&T, T모바일과 함께 CDMA 방식의 버라이즌과 스프린트넥스텔 등 4대 통신 출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의 신제품이 곧이어 출시되기 전 짧은 시간에 제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세계 영화관을 모두 예약해 동시에 상영하면서 집객과 홍보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부품·통신업계에서는 베일에 가린 차기작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기존 아이폰4 모델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애플 부품 수급계획으로 보면 아이폰4와 똑같은 3.5인치 디스플레이와 디자인이 차기작에 적용될 전망”이라며 “4G LTE를 장착하는 등 기존 모델과 완전히 다른 모델을 ‘아이폰5’로 본다면 내년 이후에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