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된 소녀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추악한 언론’으로 몰락한 영국 뉴스오브더월드가 결국 폐간된다. 이 신문사는 언론재벌 루퍼스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프(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뉴스코프의 뉴스인터내셔널이 영국의 자회사인 타블로이드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를 폐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는 10일자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발간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뉴스코프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자사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단호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뉴스오브더월드의 추문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미 뉴욕 증시에서 뉴스코프의 주가도 연일 급락하고 있다.
뉴스오브더월드의 몰락은 이 신문사가 실종된 소녀의 휴대폰을 해킹한 데서 시작되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이 소녀의 휴대폰에 남은 음성 메시지를 녹음하고, 소녀나 유괴 관련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올 것으로 생각, 추가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메시지를 지우기도 했다. 실종 소녀의 부모는 휴대폰 메시지가 지워졌다는 것 때문에 살아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미 살해된 이후였다.
뉴스오브더월드의 휴대폰 해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왕실 관계자의 휴대폰 해킹부터 시작해 정치인, 유명인의 휴대폰을 해킹하는 것은 물론,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숨진 병사 가족들, 테러 사망자 가족 등의 휴대전화를 해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영국 경찰이 해킹 대상자였을 4000여명의 명단을 조사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뉴스오브더월드 해킹 관련자 전원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뉴스인터내셔널의 제임스 머독 회장(루퍼트 머독의 아들)은 “추가 해킹 가능성이 사실로 드러나면 우리 회사는 존재할 가치가 없으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창간 168년이 되었지만 상식을 벗어난 비인간적인 휴대폰 도청으로 결국 가장 추악한 몰락을 맞이하게 됐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tre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