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가 에너지 혁명의 총아로 부각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이에 대한 기대가 높다. 각국은 스마트그리드를 국가 에너지 사업의 핵심 전략으로 부각시키는 한편, 차세대 먹을거리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스마트그리드를 산업화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시장조사기관인 SBI에 따르면 미국의 스마트그리드 시장 규모는 지난 2009년 기준으로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연평균 성장률도 21%에 달해, 오는 2014년에는 170억달러(약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현 오바마 정부는 스마트그리드를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 사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미터 보급률이 높은 미국 시장은 배전·수용가 스마트그리드 지원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미국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뉴욕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 실증단지와 비슷한 역할을 뉴욕이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뉴욕의 스마트그리드 연구개발(R&D) 총예산 규모는 177개 과제에 15억5000만달러(약 1조7870억원)다. 스마트그리드 구축과 효과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스마트그리드 컨소시엄도 출범했다.
인도 시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도는 아직 전력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규 설비 수요가 크게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는 원격검침(AMI), 시스템·초고압전력(UHV), 송전·변전 및 배전 등 여러 분야의 사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형태로 추진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03년 신전력법을 제정해 전력산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발전·송전·배전 사업 전반에 걸쳐 민영화를 단행했다. 이 법에서 인도 정부는 발전 능력 확대를 위한 5대 목표를 설정했다. 5대 목표는 △5년 내 전 가구에 전력 공급 △2012년까지 예비율을 포함한 전력 수요 충족 △전력 품질 안정화 △2012년까지 1인당 전력소비 1000㎾h로 확대 △전력 소비자 이익 보호다. 이 법은 지방 정부와 주 전력청의 권한을 강화해 일관되고 현실성 있는 전력요금 체계 확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에너지 소비 감축과 배전 네트워크 효율성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20년까지 전체 전력 설비용량 중 15%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정부는 수도 시스템, 농촌지역 인프라 및 전력망 부문 개선을 위해 5860억달러(약 701조원) 규모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시작된 가장 두드러진 사업이 바로 스마트그리드다. 특히 방대한 영토에 인구가 분포돼 있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에 많은 자본이 투여되는 스마트그리드 구축으로 단기적인 수익이나 효율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비용 효율이 낮은 수용가 부문의 AMI 구축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반면에 높은 효율이 보장되는 송전망 투자에는 적극적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