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전문계고)는 우수한 기능인력을 양성해 기업에 공급하면서 1990년대 중반까지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고학력 지상주의와 3D 업종 기피 현상으로 힘겹게 명맥만 유지하던 때도 있었다. 이런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환경에서 생존 대안으로 찾아낸 것이 학교기업이다.
광주광역시 광주공업고등학교 학교기업인 ‘디오아이티(DoiT·대표 최종안)’도 이런 환경에서 탄생했다. 이 학교기업은 2005년 광산업특성화학과로 개설된 광정보기술과 학생들과 교사에 의해 만들어진 창업 동아리가 모태다. 동아리는 광산업 아이템으로 창업계획을 세워 ‘전국전문계고교생 사장되기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디오아이티는 3년여 준비 작업과 시범 운영을 거쳐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학교기업지원사업 대상학교에 선정됐다. 지원금 2억5000만원을 받아 실질적인 기업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광수동형 부품·광학렌즈 생산 주력=디오아이티는 광정보기술과를 모태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이 사업아이템이 됐다. 광산업은 범위와 위상이 계속 확대되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이다. 디오아이티의 주 사업 아이템은 광통신망 구축에 사용되는 광점퍼코드, 스플리터 등 광수동형 부품이다. 카메라, CCTV, 복사기 등 광학기기에 사용되는 광학렌즈도 생산한다.
타 학교기업의 생산품은 대부분 일반 소비자 대상이다. 그러나 디오아이티는 기업이 고객이다. 광통신망 구축이나 첨단기기용 부품을 생산, 공급한다. 원청업체의 주문을 받아 생산 납품하는 주문형 생산체제다.
최종안 학교장이 대표, 교감이 부사장을 맡고 백점동 공장장을 비롯해 총 1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재학생들은 2주(80시간)의 실습시간과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계획표대로 학교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한다. 정규교육과정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실습을 진행한다.
타과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광정보기술과 학생외에 취업을 준비 중인 정밀기계과, 전자과, 전기과, 메카트로닉스과 3학년 학생도 실습할 수 있다. 이들에게 기업 근무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실습지원비와 장학금을 지급하는 열린 현장실습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와 지원 성과=최종안 대표는 디오아이티가 학교기업으로 위상을 정립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은 덕분에 구성원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충분한 사전 준비작업이 있었으며 △적극적인 외부지원 유치활동으로 창업 기반을 튼튼히 한데다 △전 학교 구성원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다는 점이다.
디오아이티는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2008년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 1억2200만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매년 평균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억원이다.
디오아이티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각 학과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영역을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지속 활성화를 꾀하고, 협력업체와 산학협약을 맺어 학생에게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종안 대표는 “학교기업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 도약하고 지역사회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