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가치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창조경제 시대의 기업경쟁력의 원천은 혁신입니다.”
지난 6일 열린 1000억벤처기업 시상식에 강연자로 나선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새로운 환경에 놓인 벤처기업들의 생존전략으로 혁신을 강조했다.
생산과 기술개발, 마케팅까지 기업이 직접 하지 않고 아웃소싱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혁신을 기반으로 한 지식재산 확보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이 같은 판단은 창조경제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의 가치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 1985년 S&P500기업의 시장가치 요소 중 지식재산권과 특허 등 무형자산의 비중은 32%에 불과했지만 2005년엔 79%까지 증가했다. 오는 2025년에는 전체의 95%에 이를 전망이다.
이 교수는 “지식 사회에서 지식재산권 사회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어 과거에는 기술이 지재권보다 우선했지만 앞으로는 지재권이 기술의 가치를 넘어설 것”이라며 “기술에 의한 차별화는 6개월에 불과하지만 특허로 인한 차별화는 20년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애플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혁신을 바탕으로 한 지식재산 계발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벤처기업의 혁신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환경이 지식재산 계발과 생산, 마케팅을 한 기업이 전담하는 시대가 아닌 각 과정을 각기 다른 기업이 전담하는 구조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단일기업끼리의 경쟁이 아닌 복합기업끼리의 경쟁으로 환경이 바뀐 만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또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내부 혁신역량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혁신적인 강소기업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대기업은 물론이고 1000억벤처기업들에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세계적인 기업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10년간 혁신적인 제품을 스스로 개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GE가 글로벌 선두기업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혁신적인 아이템을 사서 이를 상품화한 결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부족한 내부 혁신역량을 보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0억벤처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전략적 로드맵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진화가 필요하다”며 “1000억벤처가 세계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후발 벤처의 성장을 이끄는 ‘글로벌 벤처’와 벤처생태계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인프라 구축을 선도하는 ‘사회적 벤처’로 발전해 전체 벤처업계의 선순환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