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인증기관은 마치 ‘산업의 그림자’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제품 개발부터 성능 평가, 성공에 이르기까지 그 뒤에는 시험 인증기관의 땀과 노력이 언제나 따라다닙니다. 기업과 생과 사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윤수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원장은 시험 인증기관의 중요성과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8일 통합시험기관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KTC 위상을 오는 2015년께 ‘글로벌 20 시험 인증기관’ 반열에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세계 시험 인증시장은 SGS·UL·TUV·VDE 등 다국적 기관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국내 시험 인증기관이 통합됐다고 해서 세계적인 기관들과 바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관들입니다. 엄청난 노하우와 전문성,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어 이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심 원장은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는 없는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 기관의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한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시장이 확대되는 분야부터 철저히 준비해 국내 중소기업을 돕고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며 “전동기·2차전지·인버터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심 원장은 산업 융·복합화와 녹색 친환경산업 관련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스타 기관 지정, 고도수 처리기관 지정, 화학물질 규제 대응, 산업용 세정제, 시험평가 규격 제정, u헬스기구 시험인증 규격 제정 등을 추진한다. IT산업과 계량검정 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비쿼터스 검증 실시와 통신과 금융이 결합된 모바일 지급결제의 표준화(NFC)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심 원장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너무 커 문제가 되는 만큼 중소기업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어려움에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품 개발에서 판매단계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험평가 및 인증만큼은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별도의 규격연구소를 보유하기 어려운 만큼 KTC는 중소기업의 ‘규격연구소’ 역할을 자처한다. 중소기업이 KTC 장비를 활용해 시험평가를 받음으로써 제품 개발에 도움을 주고 국제 공인시험성적서는 물론이고 외국 유명기관 인증을 KTC에서 획득하게 해 해외 수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중소기업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해외인증 지원과 기술경영혁신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증기관으로 체질을 변화시켜 중소기업이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 개선에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습니다.”
그는 세계 유명 시험소와 상호인정체제를 더욱 강화해 국내 수출기업이 수입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지난 1년간 소기 성과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KTC 임직원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 후 가장 시너지가 높은 분야로 전자의료기기를 지목했다. “과거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은 전자의료기기만을 시험 평가했고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은 생물학적 안전성 평가만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통합 후 한 곳에서 전기적 안전성, 전자파 시험, 생물학적 안전성까지 시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의료기기의 기계적 신뢰성 시험설비도 보강해 국내 최초로 전자의료기기 분야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는 “‘도전과 응전의 조우 속에서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토인비의 말처럼 불확실한 환경의 도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며 KTC를 이끌 올해 네 가지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우선 사업구조를 개편해 미래 새로운 성장을 해외 사업에서 찾기로 했다. 이를 위해 △KTC만의 차별화된 전문성 확보 △수행 인력 역량 강화 △해외영업 네트워크 및 시스템 구축 등 해외사업 기반 조성에 매진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구성원 전반의 의식 변화로 전 임직원이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 의식을 갖추도록 기업문화 개선과 교육에 힘쓰기로 했다. 세 번째는 지금까지 익숙했던 일하는 방식과 업무시스템을 개선해 창의적이고 신속한 조직 시스템으로 만들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문화와 내부 커뮤니케이션 형성에 주력해 KTC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위한 공동체로 움직이도록 할 계획이다.
“통합기관의 출범은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다국적 시험인증기관에 열세를 보였던 국내기관들이 생존·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초일류 브랜드의 인증기관 창출’을 KTC 경영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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