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 해외에서 세계 최고의 시험연구기관들과 직접 경쟁할 것입니다.”
조기성 KTR 원장은 연구원이 나아갈 방향으로 ‘글로벌’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위해 ‘해외 인증’과 ‘컨설팅’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 사업을 보다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기존 유럽과 러시아·일본 등에서 국내 수출기업 및 국내 기업 현지법인 지원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아직 국내 시험연구기관 진출이 미흡한 미국과 중국 지역 공략에 더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조 원장은 이와 함께 국책사업인 녹색산업 관련 사업도 집중할 분야로 꼽았다. 이를 위해 KTR는 지난해 녹색기술본부를 신설했다. 현재 CDM DOE 기관 지정 추진사업과 2차전지 시험인증평가 사업을 키워 자동차 및 산업용 대형 2차전지까지 다룰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이 밖에 풍력발전 및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분야 시험인증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008년 옛 화학시험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조 원장은 그동안 부가가치가 높은 인증사업 중심으로 해외 진출 확대에 주력해 왔다.
먼저 독일에 KTR 유럽지사를 설립, EU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유일 대리인 지위를 확보했다. KTR는 유럽지사를 통해 국내 기업의 REACH 사전등록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와 함께 유럽 21개국 52개 기관 및 기업과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구축, KTR 시험성적서가 그대로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국내 기업들이 KTR를 통해 수출국 강제인증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의 이인삼각 관계 구축에도 주안점을 뒀다.
조 원장은 “기존 시험의 합격과 불합격 여부만 판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불합격 원인 분석 및 개선 방안까지 기업체에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며 “국내 제품 수준향상 및 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직접 기업체에 찾아가 기술 컨설팅과 상담을 수행하는 기술 홈닥터 사업을 실시하는 등 국내 기업의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 조직과 시스템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녹색기술본부를 신설하고 LED 분야 시험설비를 대폭 확충하는 등 국가 차세대 성장동력 지원기관 위상을 갖추는 데에도 힘을 기울였다.
“KTR가 다른 통합 시험연구원과 달리 ‘이종 간 통합’ 형태로 두 기관을 합친 것은 산업 영역간 융·복합 추세에 발맞춰 융합 시너지를 더욱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기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통합된 KTR는 기존 화학시험연구원과 전자파연구원이 각각 화학·금속·바이오와 전기전자를 담당해 온 만큼 업무 간 중복되는 분야가 없었다. 통합 KTR는 기존 양 기관이 수행하던 업무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전자 분야를 융합하는 등 신규 사업 분야 진출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출 수 있었다.
조 원장은 KTR 출범 후 9개월 만에 노조 단일화를 이뤄냈다. KTR는 지난해 7월 8일 통합 출범식 이후 9개월 만인 지난 4월 15일 노조 단일화를 이뤘다. 지식경제부가 시험연구원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원 규모를 키우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표준기본법 개정 이후 연구원 통합을 사실상 제일 먼저 마무리지었다. 노조 통합에 앞서 KTR 노사는 인사규정과 보수체계 등 취업규칙에 합의하는 등 관련규정도 단일화했다.
특히 9개월여에 걸친 노사협상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없이 대화로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
조 원장은 “상급노조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달라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노조 통합에 성공한 선례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통합을 위해 옛 전자파연구원 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기업노조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구원 통합 완성을 위해 KTR는 출범식 이후 다양한 방식의 조직 단일화 활동을 벌여 왔다. 통합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전 직원 연찬회와 수십회의 노조 간담회, 취업규칙 설명회, 노사협의, 연구원 규정 단일화 작업 등 통합 물밑작업을 끊임없이 진행했다. 직원들의 통합 의지를 높이기 위해 직접 화합과 융합을 주제로 하는 에세이를 공모하고 이를 엮어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조 원장은 “통합 KTR는 기존 화학시험연구원과 전자파연구원의 역량과 노하우를 모아 ‘산업융합’이라는 메가트렌드를 선도하고 녹색산업 지원기반을 갖춰 세계 톱5 시험 인증기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