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내 회의장. 독일 최초의 증권객장으로 유럽의 금융, 경제, 무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유서 깊은 건물에서 의미심장한 회의가 열렸다. 한·EU FTA 발효를 앞두고 한국과 독일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당시 유럽을 순방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현지 경제인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것이다.
마티어스 뮐러 프랑크푸르트 상공회의소장, 위르겐 뵐러 한독상공회의소장 등 경제단체 대표를 비롯해 보쉬, 지멘스, NXP반도체, 폴크스바겐, 바스프 등 내로라하는 독일계 글로벌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토론에 앞서 독일의 경제인 대표들은 각자가 준비한 A4 용지 서너장 분량의 긴 인사말을 전했다. FTA 이후 한국과 독일의 협력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제언을 담은 것들이다.
뮐러 프랑크푸르트 상공회의소장은 “한국과 독일이 경제기술협력 조약을 체결한 지 올해로 꼭 50년이 됐다”면서 “독일은 첨단 기술 이전과 투자 등을 통해 한국의 경제개발에 크게 기여했고, 독일에 진출한 300여개 한국 기업들과 5000여명의 재독 한인들은 독일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뤼디거 슈트로 독일상공회의소 한국담당 이사는 “양국 간 교역량이 크게 늘어 지난해 독일의 대한 수출도 전년 동기대비 30%가 성장해 100억유로가 넘어섰고, 한국의 대독 수출도 45%가 성장하는 등 급팽창하고 있다”면서 “한국과의 FTA 체결은 독일 경제에 새로운 자극을 줄 것이며 양국 기업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방식으로 이뤄진 토론회에서 현지 기업인들의 관심은 한·EU FTA 이후 양국 간 새로운 협력 분야가 될 ‘저탄소 녹색성장’에 맞춰졌다.
‘독일의 완성차 기술과 한국의 2차전지 사업이 협력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가 날 것이다. 첨단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재 기술 개발과 협력이 시급하다. 가스터빈 분야 기술 공조가 탄소배출량을 급감시킨다. 과학기술과 교육 분야 협력과 인적 교류 병행돼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한국에서의 투자는 중국이나 싱가포르보다 연관 산업과 융합, 네트워킹하는 데 유리하고 안정된 정책을 써서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 이후 한·미 FTA까지 고려한다면 한국에 대한 투자는 미국시장 등 주위 국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양국 기업 간 투자 확대와 협력을 당부했다.
헤르만 캐스 보쉬 한국지사장은 “FTA는 앞으로 한국과 독일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뿐 아니라 양국 간 교역량을 두 배 이상 늘리게 될 것”이라면서 “보쉬는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광전지 시스템 등 녹색기술제품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아 아시아지역 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