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협력 및 경쟁 상대로 급부상

독일, 협력 및 경쟁 상대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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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 지난 5월, 독일 에너지·부품기업 3곳이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독일 태양광 업체인 아반시스는 3억5300만달러를 투자, 한국에 박막 태양전지모듈 합작공장을 건립한다. 산업용펌프 업체인 빌로그룹도 3000만달러를 투자해 생산공장을 세운다. 또 자동차부품기업인 브로제는 국내 기업과 2300만달러를 투자, 전기모터 구동식 조향장치(EPS)용 정밀 모터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차세대 성장산업 분야에서 독일이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경쟁 상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기점으로 지멘스·바스프 등 한국에서 이미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뿐 아니라 신규 독일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도 유럽시장 개척을 위한 발판으로 독일 진출을 적극 모색하면서 양국 간 다양한 협력 및 경쟁 관계가 예상된다.

 올해 들어 아반시스·빌로그룹·브로제 3개 독일 에너지·부품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규모만 4억달러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구미시가 메디팩 등 독일 전자의료기기 5개사와 투자양해 각서를 교환하고 광학·의료기기업체인 칼자이스와 기술 협력관계도 구축했다.

 태양광 인버터 전문기업인 카코뉴에너지도 올해 1억달러 매출을 목표로 인천에 1GW 태양광 인버터 공장을 추가 설립한다. 태양광전지모듈업체 솔라월드 역시 국내에 3000억원가량을 투자, 양산설비를 갖추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본사가 한국에서 부품 박람회를 개최한다. 보쉬도 한국에서 자동차부품 구매를 5~1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독일기업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러브콜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독일 진출도 본격화했다.

 지난해 현대엠코가 유럽법인을 독일에 설치했으며, 게임업체인 온네트와 직류모터업체인 DKM도 독일에 진출했다. 특히 전자·정보통신·자동차·금융·의료기기 분야에 한정됐던 투자가 온라인 게임 등 새로운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독 양국 간 비즈니스 협력과 교역이 급증하면서 신성장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가 선정한 신성장동력산업 대부분이 독일의 산업육성 대상과 중복된다. 독일이 2050년까지 추진할 산업육성계획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기후, 건강, 이동성, 안전, 통신기술 등에 대한 다양한 정책이 포함됐다. 한국이 선정한 신재생에너지, 물처리산업, LED, 그린수송시스템, 첨단그린도시, IT융합시스템, 로봇, 신소재·나노융합, 바이오제약, 헬스케어 등 신성장동력산업 대부분이 세계시장에서 독일이 한발 앞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다.

 LG전자가 최근 독일 오스람을 상대로 발광다이오드(LED) 제품 수입금지조치를 신청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오스람은 이미 LG전자뿐 아니라 LG이노텍, 삼성LED 등과도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KOTRA 프랑크푸르트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관계자는 “지난 3월 기준 독일은 중국·미국·일본·홍콩·싱가포르·대만 등에 이어 한국의 13대 수출국(유럽2위)이자 8대 수입국(유럽1위)”이라며 “FTA 발효를 계기로 한독 교역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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