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신입생 어떻게 뽑나

KAIST 학생 선발에 참여한 임형규 KAIST 총동문회장(삼성전자 상담역, 가운데)이 이택동 명예교수(왼쪽)와 함께 학생면접을 보고 있다.
KAIST 학생 선발에 참여한 임형규 KAIST 총동문회장(삼성전자 상담역, 가운데)이 이택동 명예교수(왼쪽)와 함께 학생면접을 보고 있다.

 KAIST가 시행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는 독특하다. 매년 7월부터 일일이 현장 방문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일선 고교를 직접찾아 KAIST를 알리고, 우수한 인재를 미리 선점하자는 취지다. 교장 및 교사 면접이 20분, 학생면접이 40분으로 총 80분간 실시하는 점도 다른 대학과는 다른 점이다. 올해부터는 학교장 추천전형의 방문면접에 동문 140명을 참여시키는 것도 차별화 전략의 하나다. 지난주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 및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지낸 임형규 KAIST 동창회장(삼성전자 상담역)이 서울 가락고 김동석 학생(담임교사 조희선)의 면접에 참여한 현장을 취재했다.

 

 KAIST가 전국 일반고교 771개서 추천받은 학생은 모두 771명이다. 1학교당 1명씩 받았다. 이들은 오는 8월 말까지 300~350명을 1차에서 걸러낸뒤 심층면접을 거쳐 150명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이날 가락고 학생 면접에 참석한 임형규 상담역이 중점적으로 살펴본 것은 지원생이 KAIST에 들어가 나중에 성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성취 에너지가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 난관을 헤쳐 나갈 깜냥이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학생에 대한 질문도 △좌절감을 느꼈을 때가 언제인가 △좌절 극복방법이 있나. 무엇을 가지고 극복할 것이냐 △KAIST서 안되는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공계 성공모델이 우수과학기술자 등 노벨상을 타는 것과 이공계 기반의 사회적 리더가 되는 것이다. 학생은 어느쪽에 속한다고 보나 등이다.

 임 상담역은 “스스로 문제를 풀고, 극복하려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며 “졸업한 뒤의 미래 성공가능성에 대한 잠재력을 뜯어봤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 동문 면접관에게는 평가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함께 했던 다른 면접관이 이를 참고로 평가에 반영한다. 입학사정관이 처음 도입됐던 지난 2009년 사회 지도층 인사를 방문면접관으로 초청했을 때는 그들에게도 평가 권한이 주어졌었다.

 동문면접관과 교대로 질문에 나선 이택동 면접관(KAIST 명예교수)는 주로 학습능력을 따져 물었다. KAIST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학생의 창의적인 사례는 무엇인지, 본인중심의 학습능력은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질문했다.

 올해 초 잇달아 일어난 학생 사고 때문인지, 이택동 교수는 지난해와는 달리 학습역량을 치밀하게 살폈다.

 간혹 상식을 뛰어넘는 질문도 던졌다. 예를 들어 화학적인 결합과 생명공학 용어인 리보좀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기본 상식을 따져 보는 것들이다.

 윤달수 입학사정관실장은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던 초기 학생에 대한 아무런 자료도 주지않은 백지상태서 심층면접을 실시해보니, 능력이 탁월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구분은 쉽게 되는데 중간 회색지대에 있는 학생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져 평가에 도움이 될 기초자료를 사정관에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준비할 자료는 진로관련 자료와 우수활동자료, 과제물 평가서, 학생회 활동자료, 중간고사 성적표, 모의고사 성적표, 학교 추천과정, 수상경력, 자격증 여부 등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며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 평가 비율이 7대 3”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KAIST가 학생을 평가할 때 체크하는 핵심 항목은 창의성,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탐구역량, 개인역량, 의사소통관계, 리더십 등이다.

 KAIST 유회준 입학처장은 “동문들이 미래 성공 가능성 있는 학생을 찾아 방문면접을 진행한다는 것은 한국 대학의 학생선발방식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라며 “창조적인 과학기술 인재 발굴 및 이공계 리더의 자질에 초점을 맞춰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