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수탁생산해주는 파운드리 가격이 세계적으로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으나 국내 팹리스(반도체설계회사)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문 물량이 상대적으로 글로벌 기업에 비해 적다보니 인하 혜택을 못받는 탓이다.
12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SMIC는 3분기 들어 65나노와 90나노 공정에서 가격을 10~15% 정도 내렸다. TSMC도 라인 가동률이 85~90%로 떨어지면서, 가격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하이텍과 글로벌파운드리도 물량에 따라 가격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은 주문 물량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를 대비해 4분기 선 주문을 할 경우 가격을 파격적으로 할인해 주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요 팹리스기업들조차 이러한 혜택을 받는 기업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 팹리스 기업들은 물량 감소를 파운드리 가격 인하로 상쇄할 수 있지만 국내 팹리스들은 주문물량 감소에 따른 영향을 그대로 받는 셈이다.
SMIC를 이용 중인 국내 팹리스들은 “파운드리 가격을 인하한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실제 가격은 2분기와 별 차이가 없다”며 “한국 팹리스보다는 규모가 큰 곳을 중심으로 인하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 팹리스들은 주요 공급처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야 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주문을 받아 공급하기까지 통상 3개월이 걸리지만 1개월 납기에 맞추기 위해서는 재고를 미리 확충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한 팹리스는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인데도 재고를 확충하고 있어야 해 부담이 크다”며 “다만 다행인 것은 TSMC까지도 대기주문시간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문 물량을 늘려야 하지만 재고부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한 기업은 “과거 물량에 대한 예측을 잘못해 재고 부담을 그대로 떠안은 적이 있다”며 “파운드리 가격을 할인받기 위해 무리하게 한꺼번에 주문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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