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 신한류 2.0

세계가 GEE…지금은 `新한류시대`

[이머징 이슈] 신한류 2.0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 갑자기 ‘꺄악’ 비명 소리가 들린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은 출국 게이트로 달려드는 소녀들을 저지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 경찰관은 “이렇게 많은 인파는 처음 본다”며 감탄했다.

 세계적인 팝스타의 입국이었을까.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인 소녀시대, 동방신기, 샤이니 등이 ‘SM타운 라이브’ 파리 공연을 위해 등장한 것. 당초 하루였던 공연은 티켓이 15분 만에 7000여장이 동나면서 극성팬의 성화에 못 이겨 이틀로 늘어났다.

 최근 ‘한류’가 다시 거세게 일고 있다. 이른바 ‘신한류’다. 1990년대 중반 ‘별은 내 가슴에’ ‘겨울 연가’ 등 한국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촉발했던 한류는 2000년대 중반 주춤했다. 천편일률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한류 드라마 피로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류의 새로운 전기는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K팝(K-POP) 열풍으로 부활 조짐을 보인다.

 신한류는 문화산업뿐만 아니라 여타 산업계와 결합하면서 외부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한류 산업’에서 파생하는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한류 스타의 팬 미팅 등을 위해 내한한 해외 관광객 수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3만4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체 한국 방문외국 관광객 역시 올해 사상 최초로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한류의 주요 특징은 다양한 콘텐츠=초창기 한류를 견인한 것은 단연 드라마였다. 하지만 최근 신한류는 방송 콘텐츠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해 게임 장르 등 타 콘텐츠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9년, 그 전년 대비 게임은 13.4%, 그리고 음악 장르는 무려 89.7%가 성장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0년 한류지수만 봐도 방송콘텐츠가 100인 데 비해 음악은 107, 게임은 101이다.

 방송콘텐츠 내에서도 장르 다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가수다’는 중국 대형 동영상 포털 사이트인 투더우왕, 쿠6 등지에서 중문판 동영상과 각 가수의 공연 동영상 캡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투더우왕에서는 ‘나는 가수다’ 관련 동영상이 6월 25일 하루에만 17만4000여건이 검색되기도 했다.

 ◇수출 지역도 변했다, ‘탈일본 현상’=한류의 태동이 중국에서부터 출발했고 일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면 최근에는 대만 및 동남아 지역이 한류의 새로운 메카다. 또 ‘대장금’ 열풍이 불었던 중동과 최근에는 유럽까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수치로 보면 더 정확하다. 과거에 일본 편중 현상이 심했다. 2010년 방송 콘텐츠 수출현황에 따르면 일본은 전체 수출액의 53.9%지만 의존도는 2008년 69.7%나 2009년 53.1%에 비해 현격히 떨어졌다. 대만은 지난 2008년 6.7%에서 2010년 13.2%로 비중이 높아졌다.

 주요 수출국의 상대적 점유율 변화 양상과 함께 절대적인 수출국 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범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중남미, 북미, 그리고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지로 한국 방송 콘텐츠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SNS 미디어를 통한 유통구조 다변화=드라마와 영화가 한류를 이끌었던 시기에는 해외수출 및 자국TV를 통한 방영이라는 단순한 유통구조적 특성을 지녔다. 이번 신한류는 K팝 같은 장르가 다양화되면서 유통구조 역시 이들 콘텐츠를 담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로 다양하게 분산되고 있다. 유튜브, 아이튠스, 페이스북 등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미디어가 일차적으로 거론된다.

 유튜브는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플랫폼을 이용한다. 신한류 열풍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2NE1, 빅뱅, 소녀시대 등 국내 아이돌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소개되며 전 세계 사용자 사이에서 음악, 패션 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3대 기획사(SM엔터테인먼트, JYP, YG) 소속 가수의 동영상 조회 수는 유튜브 내에서 무려 7억9000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외에도 블로그,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SNS 역시 신한류 확산의 든든한 배경이다. 원더걸스는 2008년 미국 유명 연예 블로거인 ‘페레즈 힐튼’이 노바디 뮤직비디오 동영상을 소개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빌보드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

 ◇남은 과제는=1990년대 한류 붐이 거세게 일 때만 해도 어느 누구도 한류가 주춤할 거라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 한류는 뚜렷한 이유 없이 정체기를 겪었다. 신한류는 이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우선 국제시장을 겨냥해 다문화적 코드를 콘텐츠에 반영하는 전략적 기획이 있어야 한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는 전략적인 그룹명과 닉쿤(태국), 엠버(중국), 지아(중국) 등 외국인 멤버 기용, 외국어앨범 발매 등과 같이 외국 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또 현지화 전략이나 플랫폼 다변화 같은 콘텐츠 재가공 전략도 필요하다. MBC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는 TV 드라마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7편의 유튜브 특별판을 제작해 보급했다. 번외편, 메이킹 필름 등 31편의 동영상은 3주 만에 100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수출 단가를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 2010년 방송콘텐츠 수출단가를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출편수와 액수는 드라마가 높았지만 편당 수출단가는 오히려 다큐멘터리와 프로그램 포맷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 오락 등의 수출단가는 1600달러, 드라마는 4000달러 정도였던 것에 비해 다큐멘터리와 포맷은 각각 1만4200달러, 2만2000달러였다.

 ◇신한류 2.0 시대를 맞아=최근 대만은 한국 드라마 유입이 급증하자 이달부터 한국 드라마에 20%의 수입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각 국가에서 앞으로 한류라는 쓰나미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강구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장벽을 넘고 앞으로도 한류를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저작권 보호를 위한 체계적 장치 마련 등 국가 차원의 제도 정비와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 한류 콘텐츠 확대와 참가형 대형 이벤트를 적극 추진하는 등 통합적 마케팅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속적인 한류 수요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표1> 2010년 국가별 한류지수 (출처: 고정민, 한류지수의 산정 및 경제효과에 대한 분석)

 <표2>2010년 한국 방송 콘텐츠 국가별 수출현황 (출처:한국문화산업 교류재단)

 

 <표3> 2010년 방송콘텐츠 장르별 편당 수출단가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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