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순 로앤비 대표 ksa@lawnb.com
우리 사회에 공공정보 활용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일기 시작한 계기는 2009년 말 어느 개발자가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버스정보를 자신이 만든 모바일앱에서 활용하면서다. 경기도는 무단이용이라는 이유로 접속을 차단했다. 이 앱을 요긴하게 사용하던 사용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처음으로 공공정보 활용의 필요성 또는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은 회원국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정보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이미 2003년에 공공부문 정보의 재이용에 관한 지침을 제정했다. 2008년에는 OECD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공공부문 정보의 접근 강화와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권고도 채택했다.
유럽이 일찍이 이 같은 지침을 제정한 배경에는 미국의 정보시장이 유럽의 그것보다 현격히 큰 이유를 찾다 보니, 미국에서는 공공정보의 접근 및 이용이 보다 자유롭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정부 정보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아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다.
영국정부는 2010년 9월 최소한의 이용조건만으로 누구나 공공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정부 라이선스(OGL:Open Government Licence)’를 제정하는 등 공공부문 정보(PSI)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이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있다. 그러나 공공정보가 제공되더라도 이용허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별도 계약이 없다면 이를 이용할 수 없다. 정보공개가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참여를 위한 것인 반면 여기에서 말하는 공공정보의 이용은 주로 상업적 활용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모든 공공정보가 개방돼야 하는가라는 의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나 정보공개법상 비공개대상정보, 제3자가 권리를 갖고 있는 정보 등은 당연히 이용허락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해선 영국의 열린 정부 라이선스도 마찬가지로 정의한다.
정부가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이용자가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근거는 무엇일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공공정보는 공무원의 공무에 의해 생산된 것이므로 납세자는 사실상 정보의 이용료를 이미 납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정보의 개방을 통해 산업을 진흥하고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이 공공정보 개방에 적극적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공부문 정보의 재이용에 관한 영국 국립기록원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이의 효과적인 이용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핵심동인이 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위 열린 정부 라이선스에서도 공공정보의 자유이용의 형태로 정보의 복제, 출판, 배포, 전송뿐 아니라 정보의 개작, 다른 정보와의 결합이나 정보를 제품이나 애플리케이션에 포함시키는 등의 상업적 이용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정보의 최종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본적인 정보의 이용에 더하여 상업적 주체를 통한 정보의 결합이나 가공을 거친 새로운 부가가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가 될 것이다.
공공정보 활용 또는 재이용이 가능하려면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작년에 이미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행안부의 공공정보 제공지침이 있지만, 공공정보의 활용을 가로막는 여러 법들이 남아 있고 특히 공공저작물의 저작권에 관한 특칙이 마련되지 않아 근거법령 제정이 시급하다.
근거법령을 마련하는 방안으로는 이에 관한 별도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도 있지만, 우선 저작권법에 공공저작물에 관한 장을 따로 마련해 이에 관한 특칙을 두는 것이 손쉬운 해결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