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기업들, 장학금 줘서라도 인재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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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팹리스 기업인 아이앤씨테크놀로지 박창일 사장은 최근 전국 7개 국립대학을 순회했다. 각 대학에서 반도체 설계를 공부한 석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냥 회사 홍보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앤씨는 취업을 조건으로 한 장학생을 20~30명 선발할 계획이다. 장학금도 중소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이다.

 중소·중견기업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한국 대표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회사) 주자들이 인재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공계 기피에 대기업 쏠림현상까지 겹쳐 숙련된 개발자를 채용하기 힘들어지자, 학생들에게 공을 들여 미리 인재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

 국내 최대 DMB칩 전문업체인 아이앤씨테크놀로지(대표 박창일)는 석사과정과 대학원 진학을 앞둔 학부 4년 20~30명을 다음달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한다. 석사 과정 학생들에게는 학비전액과 학비 보조 등으로 연간 1000만원을 지원한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부 4학년생도 지원 대상이다. 첫 해에는 약 3억원이 들어가지만, 내년에는 두 배, 3년 후에는 지원 금액이 세 배가 된다. 지금 당장 인력 수혈은 되지 않지만 2~3년 후를 내다본 것이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돈이다.

 실리콘마이터스(대표 허염)는 매분기마다 몇몇 대학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한번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안면을 튼 대학은 몇 번이건 찾아가 지속적으로 교류한다.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로드맵도 공유한다. 이런 방식으로 인연을 맺어 취업한 학생들에게는 소규모라도 주식을 지급한다. 회사 비전과 자신의 비전을 동일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전력관리칩 전문회사로, 매년 두 배 가량 성장하며 가장 많이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티엘아이(대표 김달수)는 직원들의 로열티를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유학을 지원한다. 선발된 직원은 해외 유명 대학에서 공부하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졸업하면 회사로 돌아와 그만큼 공헌할 수 있다. 티엘아이는 LCD 타이밍컨트롤러와 드라이버를 개발하는 국내 대표 팹리스다.

 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인력난이 심각한 탓이다. 팹리스 대표주자들마저 인력난을 겪자, 장기적인 해결책을 위해 선행 투자로 방향을 바꿨다. 정부에서도 고용연계형 석사과정과 같은 제도를 마련해 지원하고 있지만, 규모 자체가 작은데다 중소기업을 위한 과정은 적다. 그나마 장학금을 주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은 사정이 좋은 편이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와 수요기업이 공동으로 장학제도를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창일 사장은 “반도체 설계 경험이 있어야 하는 팹리스 특성상 경력사원이나 대학원 출신 신입사원을 채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극도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 인재 확보에 과감하게 투자키로 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