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 집배원의 책임감

 장마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저지대 주민들은 집이 침수돼 생활 터전을 잃어버렸다. 또 농민들은 축사가 무너지고 논이 잠기면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또 국지성 집중호우로 생명을 잃거나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를 고비로 장마가 약해지면서 무더운 여름날씨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집배원을 표현할 때 대표적으로 쓰는 말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통의 편지를 소중하게 배달한다’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 닥치더라도 우편물을 정확하게 배달하는 것을 강조해 쓰는 말이다. 사실 집배원들은 날씨와 관계없이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다. 지난해 초 서울과 수도권에 사상 초유의 폭설이 내려 오토바이 운행이 불가능했을 때에는 걸어서 우편물을 배달했다. 또 먼 거리는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배달했다.

 집배원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편물을 배달하는 것은 누구에게는 소중한 정을 담은 편지이고 누구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소포이기에 이를 생명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남해우체국의 한 집배원은 추돌사고를 당했는데도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의 몸을 돌보기 보다는 배달 중이던 우편물을 챙겨 사고를 낸 사람이 우체국 게시판에 칭찬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해자는 게시판 글에서 “이메일이 친숙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 집배원은 뜨거운 열정을 전파하는 존재로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우편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1912년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할 때도 영국 우편원 2명과 미국 우편원 3명은 우편물 행낭을 갑판 위로 옮기다가 생명을 잃었다. 물이 불어나면서 위험이 높아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일을 계속하다 숨진 것이다. 영국은 배가 출발한 곳에 명판을 세워 이들의 정신을 기렸다.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은 “집배원들은 대부분 우편물 배달을 천직으로 생각한다”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와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건넨다면 더욱 힘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