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서바이벌 광풍이 불었다. 방송사들은 너나없이 리얼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쏟아낸다. 가수와 아나운서, 모델, 디자이너 등 화려한 직업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부와 명예를 위해 생존 경쟁을 펼친다. 급기야 서민의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서바이벌 경품으로 내건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서바이벌 전성시대는 우리 사회의 경쟁 제일주의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경쟁에 길들여진 우리 국민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DNA를 후천적으로 만들어낸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전체 국민의 행복은 높지 않다. 작년 미 포브스가 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도는 56위로 나타났다.
신간 ‘곡선이 이긴다’는 누구나 꿈꾸지만 오히려 뒷걸음질 쳤던 행복의 구체적인 대안으로 ‘곡선’을 제시한다. 인생최적화, 속도전, 성과주의, 효율로 상징되는 키워드 ‘직선’을 벗어나자는 주장이다.
여기서 곡선은 ‘무조건 느리게’가 아니다. 인생을 사는 나만의 속도 회복하기다. 세상이 정해놓은 트랙 속에서 달리지 말고 나만의 길을 걷기, 실패해도 유연하게 다시 일어서기를 권한다. 특히 ‘내일’ 행복을 바라지 말고 ‘지금’ 행복하기가 바로 곡선적 삶의 자세라고 강조한다.
현재는 없고 미래만 있는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이 책은 곡선의 프레임 즉, 속도보다는 여유, 획일화보다는 다양성, 목표보다는 여정, 경쟁보다는 화합, 정면돌파보다는 유연성을 제안한다. 물론 곡선으로만 삶을 채우자고 강변하지 않는다. 직선의 프레임만 넘쳐나는 현재에 곡선의 프레임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곡선을 음미하는 법과 직선으로 달리는 법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삶의 행복이 찾아온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이자 ‘지식생태학자’인 유영만과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장이자 시인인 고두현이 만나 펴냈다. 유영만 씨는 ‘공고 출신 교수’로 남의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더 높이 더 빨리 직선을 열망한 과거가 있다. 고두현 씨는 긴장감 넘치는 기자와 한없이 사색에 빠져야 하는 시인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 삶의 체험을 거치며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배웠다.
이 책은 구성이 독특하다. 전체적 문장은 존댓말로 이뤄졌다. 사색에 빠질 수 있을만한 사진이 곳곳에 배치됐고 여백이 미까지 있다. 논지를 증명할 그래프와 표도 빠지지 않는다. 에세이와 시집, 인문학서가 합쳐진 듯 한 느낌이다.
다양한 요소가 합쳐져 있는데도 어색하지 않고 묘한 통일성을 준다. 읽고 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성공 지침서와 달리 이 책은 친구의 진심 어린 충고처럼 다가온다. 책 속의 조언을 실천하다보면 조금씩 행복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리라 확신한다.
유영만·고두현 지음. 리더스북 펴냄. 1만5000원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