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n리뷰]토종 스마트패드, 엔스퍼트 `아이덴티티 크론`

가능성 높인 토종 스마트패드 “아쉬운 2%, 높아진 기대감”

[터치n리뷰]토종 스마트패드, 엔스퍼트 `아이덴티티 크론`

엔스퍼트 ‘아이덴티티 크론’은 스마트패드(태블릿PC) 시장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국산 모델이다. 열악함을 반영하듯 제조사는 지난 2010년 KT에서 K패드를 출시했지만 구글 인증을 받지 못했다. 그 탓에 초기에는 국산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올레마켓만 쓸 수 있었다.

아이덴티티 크론은 엔스퍼트가 이런 아쉬움을 개선했다고 자평하는 제품이다. 구글 인증을 받아 구글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전작은 해상도가 형편 없이 낮아 욕 좀 먹었지만 이번 제품은 해상도를 1024×600로 키웠다.

이 제품에 대한 시장 평가는 아직 없다. 이번에도 KT에서 판매될 예정이지만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이전 제품보다 좋아졌다는 엔스퍼트의 주장은 얼마나 맞을까.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제품을 미리 입수,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국산 스마트패드 ‘아이덴티티 크론’을 집중 분석해봤다.

◇검증 포인트

·화면 크기가 커지면서 속도가 느려지지 않았는지

·성능이 개선되면서 발열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실제로 쓸 수 있는 메모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엔스퍼트 설명

·두께가 12.95㎜로 얇고 무게도 415g으로 가볍다. 한 손으로 충분히 다룰 수 있다. ‘아노다이징’ 기법으로 디자인도 나아졌다. (엔스퍼트 상품기획팀)

·메모리는 늘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최적화했다.

·듀얼DMB 기능을 지원해 미디어 기능을 강화했다.(엔스퍼트 개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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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아노다이징 “플라스틱보다는 고급스럽다”

이전 모델(아이덴티티탭)은 멀리서 보면 아이패드와 구분하기 힘들 만큼 닮았다. 모양새뿐만 아니라 화면 앞면을 두터운 유리 재질로 둘러싸고 뒷면을 은색으로 마무리한 것도 그렇다.

하지만 아이덴티티 크론은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을 바탕으로 먼지나 부식을 막아주는 피막을 입힌 ‘아노다이징’ 기법으로 만들었다. 이 기법은 갤럭시탭처럼 플라스틱만 쓴 제품보다 견고하고 고급스럽게 보인다. 일부러 긁지 않는 한 잘 벗겨지지 않아 케이스 없이 쓸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좋다는 건 아니다. 아이패드 같은 제품은 피막 처리 없이 한 재질을 통으로 만들었다. 아노다이징은 플라스틱보다는 좋지만 이런 ‘통재질’보다는 나쁘다. 질 나쁜 소재를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어쨌든 아이덴티티 크론은 아이패드보다는 별로지만 플라스틱보다는 세련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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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단자가 PC 데이터 교환과 충전 역할을 겸하는 건 잘했다. 무선랜 안테나와 500만 화소 카메라 부위는 금속 대신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었다. 전파 방해나 간섭을 막기 위함이다.

화면 아래에는 홈과 메뉴, 취소 버튼이 보인다. 단출하다. 다만 홈 버튼이 주위 테두리와 구별하기 힘들고 대기 상태에서 눌러도 반응이 없어 아쉽다.

DMB안테나는 본체 오른쪽 아래에 집어넣었다. DMB를 보고 싶으면 안테나를 뽑으면 된다. 이전 모델은 안테나가 내장형이 아닌 탓에 분실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엔 분실 걱정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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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과 USB, 마이크로SD 메모리 카드 슬롯은 평소에는 ‘스마트커버’ 안에 숨겨놨다. 필요할 때 스마트커버를 꺼내면 단자함이 튀어나온다. 깔끔하다. 다만 튀어나온 단자함에 이어폰이나 USB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에서 심한 충격이 가해지면 이어폰 플러그가 부러질 우려도 있다.

스마트패드는 디자인만큼이나 무게도 중요하다. 아이덴티티 크론의 무게는 415g이다. 갤럭시탭보다 29g 더 무겁다. 하지만 여성이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터치n리뷰]토종 스마트패드, 엔스퍼트 `아이덴티티 크론`

◇성능1-평범한 성능, 발열도 평균 ‘보통 스마트패드’

엔스퍼트의 이전 모델을 써본 소비자가 지적한 불만 가운데 하나가 CPU 성능이다. 보급형 스마트폰도 1㎓인데 성능을 800㎒로 낮춰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불만을 의식한 듯 아이덴티티 크론은 처음부터 1㎓로 작동한다. 1080p 풀HD 동영상도 안 끊긴다. 운용체계(OS)와 프로그램이 충분히 안정화돼 제 속도를 낸다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그렇다면 CPU 작동속도는 얼마나 빨라졌을까. 벤치마크 프로그램(쿼드런트) 테스트를 5회 실시하고 가장 높거나 낮은 점수를 뺀 평균값을 구했다. 결과를 보면 1405점. 1㎓를 단 스마트폰 구글 넥서스원이나 모토로라 드로이드X보다 빠른 결과를 보인다. 물론 전작이 800㎒로 워낙 느렸던 탓에 더 빠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성능이 개선되면 자연스레 발열량도 많아진다. 그래서 재봤다. 25도 실내온도에서 30분 동안 해상도 1280×720 MP4 동영상과 인기게임 앵그리버드를 실행한 다음 3㎝ 떨어진 위치에서 적외선 온도계로 표면 온도를 측정해봤다.

결과를 보면 본체 오른쪽 온도는 29.5도에서 30.1도 사이를 오간다. 주요 부품이 자리한 반대편 온도도 37.4도다. 어댑터를 끼운 상태에서 재면 39도 가까이 올라간다. 제품 뒷면 온도는 29~30도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평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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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2-빠른 터치 반응, 메모리는 부족한 수준

아이덴티티 크론은 지난해 5월 구글이 발표한 안드로이드 2.2 프로요를 운용체계로 썼다. 프로요는 2.3 진저브레드와 인터페이스 일부를 빼면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굳이 진저브레드를 쓰지 않고 프로요를 넣은 이유가 궁금하다. 엔스퍼트에 물으니 별다른 이유는 없다. 당초 제품 출시 일정은 2월이었다. KT와 일정 조율이 늦어지면서 개발 도중 나온 진저브레드를 탑재하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엔스퍼트 측은 조만간 운용체계를 진저브레드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사용성. 터치 반응은 좋다. 반응 테스트 프로그램 ‘멀티터치 비주얼라이저’로 확인한 결과, 손가락을 한꺼번에 두 개까지 알아차린다. 일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처럼 가끔씩 일어나는 오작동도 없다. 바탕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면 위젯이나 아이콘이 많은 영역에서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지만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모바일 오피스 프로그램 싱크프리오피스에서 긴 문장을 입력하다 보면 반응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가끔 발생한다.

엔스퍼트 측은 아이덴티티 크론이 메모리를 여유 있게 늘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로그램이 쓸 수 있는 메모리는 293MB다. 애플리케이션 여러 개를 실행하거나 웹서핑을 오래 하다 보면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 요즘 나온 제품과 비교하면 넉넉한 메모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반적인 성능은 평범하지만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카메라 촬영 기능에는 의문이 남는다.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촬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5초. 촬영 버튼을 누르고 동영상을 기록할 때까지 다시 5초가 더 걸린다. 이에 대해 엔스퍼트 측은 “이미 해당 문제점을 인지해 개선한 상태. 샘플이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제품이 양산되면 확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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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듀얼 DMB ‘매력적인 양면 분할’

아이덴티티 크론은 듀얼 DMB 기능을 지원한다. 화면을 절반씩 나눠 왼쪽에는 현재 시청 중인 방송 내용을, 다른 한쪽에는 다른 채널 방송 내용 9개를 2~3초에 한 번씩 작은 그림으로 비춰준다. 동시에 여러 채널을 보여주는 방식은 아니다.

다만 채널을 넘길 필요 없이 방송 내용을 참고할 수 있어 편리하다. 수신감도도 좋은 편이다. 실내나 지하철에서도 안테나를 뽑으면 감도가 양호하다. 현재 국내에 나온 스마트패드 중 DMB를 지원하는 모델은 갤럭시탭과 아이덴티티 크론이 유일하다. 듀얼 DMB는 일반 DMB보다 확실히 더 편하다.

제품 안에 설치된 기본 애플리케이션 ‘컨버전스원’을 실행하면 무선랜으로 연결된 PC나 노트북에서 동영상을 불러와서 재생할 수 있다. 무선통신 규격인 DLNA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동영상을 일일이 복사할 수고를 덜고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어 좋다. 다만 DLNA 기능은 잘 구현했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조금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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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UZZ 총평-일모도원(日暮途遠)

아이덴티티 크론의 총평을 한마디로 하자면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 제품은 나쁘다고 하기에는 잘 만들었고 그렇다고 아주 좋다고 하기엔 엉성함이 조금 남아 있다. 사양은 그럭저럭 쓸 만하게 잘 나왔고 전작보다 좋다. 하지만 아주 좋다고 하기에는 소프트웨어나 카메라 같은 하드웨어 등 다듬을 구석이 많아 아쉽다.

다른 한편으로 느끼는 건 “좀 일찍 나왔으면…”하는 아쉬움이다. 구글 인증도 통과해 반쪽 스마트패드 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 제품은 지난 2월 발표회를 열고 KT에 납품까지 마쳤지만 아직도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엔스퍼트 관계자는 “KT가 와이브로 등 결합상품으로 판매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판매 일정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출시가 지연되는 사이 와이브로 4G를 지원하는 HTC 플라이어4G가 나왔고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아쉬움에 뽑은 말이 일모도원(日暮途遠). 해는 져서 어두운 데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좀더 일찍 나왔다면 국내 시장에도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엔스퍼트 역시 아쉬움이 있는지 무선랜과 LTE를 모두 지원하는 차기 제품(모델명 e250)을 개발 중이며 오는 8월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아쉬움도 있지만 전작보다 개선된 점이 많은 제품이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 높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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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크론(모델명 E301) 스펙

CPU코어텍스 A8 1㎓ 프로세서

메모리512MB

저장 공간16GB(외장 마이크로SD카드 지원)

LCD7인치(해상도 1024×600)

터치 인식정전식 멀티터치(2점)

카메라전면 130만 화소(CMOS)

후면 500만 화소(CMOS)

운용체계안드로이드 2.2 (프로요)

네트워크802.11 b/g/n 무선랜, 블루투스 2.1+EDR

배터리리튬이온 4400㎃h

크기191.2×130.5×12.95㎜

무게415g

가격53만원(무약정 구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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