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는 보수가 따른다. 보수에는 공과가 매겨진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이후, 여기저기서 ‘숨은 공신’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TV중계 화면에 비친 이건희 삼성 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물론, 탤런트 정준호씨까지 얼굴을 내민다. 강영중 대교 회장은 동계 스포츠와 별 관련 없을 듯 한 국제배드민턴연맹 회장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설득에 한몫했다는 이유로 이름이 거론된다.
여기에 국내 동계스포츠의 모태가 된 용평스키장의 최초 설립자로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지목되면서 일약 ‘히든 히어로’가 됐다.
이쯤 되면 좀 더 ‘거들떠’ 보고 싶어진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홍영채 과장은 외신 담당이나, 정작 비행기 한 번 제대로 못 탔다. 이번 IOC총회 때 대다수 유치위 직원들이 더반으로 날아갈 때도 묵묵히 서울을 지키며 한국 주재 외신기자들을 챙겼다.
200여명 더반 대표단의 숙식 문제를 떠맡은 유치위 안덕수 총무재정팀장은 김치와 쌀 등 1.5톤 트럭 3대분의 음식을 남아공 세관당국의 제지를 뚫고 공수해갔다.
대형 국책사업에는 숨은 주역들이 따로 있기 마련이다. 2012년 열리는 여수엑스포 조직위원회에는 현재 2명의 IT 전문인력이 파견돼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소속 책임연구원 김상범과 연구위원 구자환이 그들이다.
포스텍과 삼성SDS 출신인 김 책임은 자비로 보증금을 내고 마련한 숙소에서 기거하며 여수엑스포의 정보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가인권위 정보화담당관까지 역임한 구 위원은 박사논문 제출도 연기한 채 낯설고 물 선 여수에서 이번 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거들고 있다.
NIA는 여수엑스포를 비롯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경기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정보화 프로젝트를 위해 관련 자문은 물론, 석·박사급 정예 인력까지 파견 중이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오는 10월께 조직위원회가 구성되면 IT 인력들이 조직위 곳곳에서 일하게 된다. 물론 이들의 피와 땀은 김연아의 그것만큼 세상에 들어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이 있기에 성공적인 개최도, 안정적인 대회 운영도 가능하다.
평창의 영광 뒤에서 옅은 웃음을 짓고 있을 숨은 주역들에게 7년치 박수를 미리 보낸다.
류경동 CIOBIZ팀장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