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매각 물건너 가나

 사모펀드의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는 밟더라도, 최종 인수자격에선 사모펀드를 배제하는 방식을 택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사모펀드가 지닌 본래 성격을 근거로 사모펀드로 매각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여당 역시 ‘국민주 방식’ 등을 제시하며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이번 정부 임기내엔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포기하는 출구전략을 짜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사모펀드 인수 반대”=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우리금융 민영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국민주 방식’을 대통령에게 직접 제안했다.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는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상장가보다 싸게 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이다. 대표적인 것이 포스코 모델이다. 지난 1988년 상장 당시 정부와 산업은행은 보유한 포스코 지분 일부를 상장가격보다 최고 64% 싸게 매각했다. 홍 대표는 이 같은 방식이 사모펀드에 매각해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낫다고 보고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을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론스타 학습효과도 한 몫= 사모펀드가 우리금융을 가져가면 ‘제2의 외환은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금융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곽 위원장은 “사모펀드의 성격은 명확하다”며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금융기관이 시세 차익(투자수익)을 지상과제로 삼는 사모펀드에 팔렸을 때 나타날 현상을 경계했다.

 여기엔 론스타 사태로 불거진 이른바 국내외 대형자본의 ‘먹튀’ 행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잘못된 정부 선택이 결국 국익을 해치고, 토종 금융기관의 내실과 경쟁력만 깎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위도 출구전략 가동=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세미나에서 “(우리금융 매각 문제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맡겨달라”며 한발 빼는 모습을 취했다. 김 위원장은 “인수후보들(사모펀드 3곳)이 (컨소시엄을) 어떻게 짜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우리금융 매각을 포기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산은지주로 넘기려던 계획과 시행령을 개정하려던 계획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만의 경쟁’이라는 원치 않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겉으로는 적법하게 매각 일정을 추진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사모펀드에 우리금융을 넘겨주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정권 아래에서는 우리금융 매각이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치권이 제안한 공모주 방식 역시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공적자금이 들어간 은행이므로 국민의 조세부담이 최소화되는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사용해야 하는데, 국민주 방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받기 어렵다”며 “전액을 국민주 방식으로 파는 건 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