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실리콘밸리. 이곳에는 인도인이 3만명, 중국인이 1만명이 진출해 있다. 이 사실을 바라보는 데는 두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 진출에 성공한 똑똑한 인도인 또는 중국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그 첫 번째다. 하지만, 그보다는 인도인·중국인 등 외국인이 만든 ‘실리콘밸리’라는 표현이 더 맞다.
이미 미국은 한국보다 앞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시작됐다. 우수한 인재들은 이공계보다 의대나 로스쿨을 선호했다. 때론 밤샘 작업도 해야 하고, 때론 실패를 경험하기도 해야 하는 이공계 엔지니어는 3D 직종이라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애플·구글·페이스북을 탄생시킨 IT 최강국이다. 이러한 저변에는 이공계 기피 현상을 메운 외국인의 힘이 컸다. 미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이 미국에서 연구하고 취업하면서 IT 경쟁력을 키웠다.
한국은 어떤가. 이제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식상할 정도다. IT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정도는 산업 존폐 위기까지 거론할 정도로 심각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중소기업은 더욱 심각하다. 엔지니어 절대 부족에 대기업으로의 인력 유출도 심심치 않기 때문이다.
IT산업은 이제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주춧돌이다. 하지만, IT산업을 일으키고 만들어갈 ‘엔지니어’ 없이는 언제 허물어질 지 모르는 모래성일 뿐이다. 결국 우리도 우리 기술을 배우고 익히고자 하는 외국인에 문호를 열어야 한다.
기업들은 인력양성에 투자하는 한편 외국인 채용을 늘리고자 한다. 그런데 제도와 문화가 가로막는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취업 비자도 받기 힘들다. 한국에서 유학한 외국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고부가가치 산업현장에서도 외국인이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공계 기피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문화 가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처럼 다문화 기업에 대한 인식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 않을까.
부품산업부=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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