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소비가 에너지 강국 만든다]②전기사용 라이프스타일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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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에 다니는 직장인 최미현씨(32). 집안 청소를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부엌으로 들어갔지만 최 씨가 해야 할 일은 많지 않다. 전기가 가장 싼 시간대에 저절로 가동된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널고, 같은 시간대 지어진 밥으로 식사를 끝냈다. 최 씨는 낮 시간대 웬만한 가전제품을 가동하지 않는다. 집안에 설치된 스마트미터가 전기요금을 5분마다 알려주는데 이 시간대 요금은 심야시간대와 비교해 비싸기 때문이다. 3인 가족인 최 씨의 전기요금은 한 달 평균 28000원에 불과하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주부들은 벌써부터 전기요금 걱정이다. 비싸게 구입한 에어컨은 켤 엄두도 못 낸다. 최 씨처럼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가정은 시간당 소비전력이 각각 380W가 넘는 양문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24시간 365일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들 두 제품의 월 전기 사용량은 500㎾h를 웃돈다. 현재 6단계로 나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할 경우 이들 두 제품을 갖춘 가정은 월 평균 10만원(500㎾h 초과 시 1㎾h당 656.20원) 이상이다.

 지난 1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무시했다가 평소의 6배인 27만5000원이라는 전기료 폭탄을 맞은 주부 김모 씨(44)는 이후 전기장판과 김치냉장고 코드를 뽑았다. 사람이 없는 방의 전등을 끄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 플러그 역시 뽑았다. 현재 가정용 전력소비의 약 11%는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 플러그를 뽑지 않아 버려지고 있는 대기전력이다.

 김씨는 “평소 4만5000원가량 나오던 전기료가 6배 이상 나와 한국전력에 문의했더니 100㎾h가 넘으면 전기를 많이 쓴 만큼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후 한전 사이버지점을 통해 전달 나온 요금고지서와 이달 월 예상 사용량을 체크하는 등 사용전력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생활화됐다”고 말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7~8월)은 다른 계절에 비해 1㎾h당 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불볕더위를 식히려는 각 가정의 전력소비 활동은 전기료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자제품의 대형화, 전기냉방 제품의 증가는 이를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 사는 주부 김애경씨(45)는 “지난 5월 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더위가 일찍 찾아와 에어컨을 자주 사용했는데 전기요금이 15만원을 훌쩍 넘었다”며 “평소 전기요금이 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에어컨 켜기가 무서워 부채질로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도 전기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30대 기업들은 점심시간에 필요 이상의 전등은 모두 소등하고 있다. 사무실 조명을 정부 권장기준 조도(300LUX) 이하로 맞추는 기업이 늘었으며 남향 유리창에는 햇볕을 차단하는 커튼을 설치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지나갔다. 하나에서 열까지 절약모드로 바꾸어야 한다”며 “독일처럼 남향으로 지어진 공동주택의 넓은 벽면과 유리창에 집열판을 설치하고 터키처럼 난방을 태양열로 바꾸고 이탈리아처럼 에어컨을 끄고 땀을 흘리는 인내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력피크 시간대(낮 2~3시)에는 냉방전력사용이 집중되기 때문에 전력기기 사용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낮 시간 동안에는 창가나 복도쪽 전등은 꺼두고 최대한 자연채광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표>가전기기별 월간 전기소비량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