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트위터에 글을 하나 올렸다.
“제 개인 트윗과 회사 트윗의 팔로어 수 내기에서 제가 쭉쭉 이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사 트윗은 경품으로 팔로어를 모으고 야속하게도 제 글을 한 번도 알티(RT)해준 적이 없음도 밝힙니다.” 현대카드 공식 트위터에서 즉각 반응이 왔다. “도전합니다! 불끈!!”
정 사장의 트위터 계정(@diegobluff) 구독자(팔로어어)는 3만여명. 반면에 현대카드 공식 트위터 계정(@HyundaiCard) 팔로어어는 2만6000여명이다. 정 사장이 약 4000여명 앞선다. 이에 트위터 담당자가 사장을 따라 잡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것. 그러나 바로 정 사장이 남긴 “또 경품 내걸려고? 그냥 편히 사세요^^”라는 글과 함께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최고경영자(CEO)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현대카드 소셜미디어팀이다. 지난 15일 현대카드 본사를 찾아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카드는 브랜드와 디자인이 강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힘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이 저희 팀의 역할입니다.”
김세훈 과장(34)의 설명이다. 이들은 실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현대카드의 눈과 귀, 입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 사장이 지닌 마케팅에 대한 철학이 녹아 있다. 트위터 대화에서 보듯, 경품이라는 유인책으로 단시간에 숫자를 늘릴 수 있을지언정 고객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게 정 사장 생각이다. 이는 그가 과거 트위터에 남긴 “숫자로 파악하려고 하는 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는 글에도 드러난다. 그 철학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다소 과감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바로 소셜미디어팀의 저력이다. 다소 시들해진 SNS 활용 마케팅에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활동영역은 SNS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도 이들의 몫이다. 이는 타사가 e비즈니스, 멀티채널부 등에서 앱 개발을 맡는 것과는 차별된다. 이동욱 과장(34)은 그 이유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내 채널은 모두 소셜미디어팀의 영역”이라며 “앱 또한 단순한 거래 수단의 관점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앱 개발을 맡은 이혜경 대리(32)도 “모바일 앱 개발에서도 제공자의 입장보다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중점에 두려 했다”며 “그 안에 자연스럽게 현대카드다운 느낌을 주입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전했다.
실제 현대카드의 스마트금융 전략은 카드사와의 경쟁을 넘어서는데 있다. 지금까지 카드사 본연의 업무라고 여겨졌던 신용거래를 넘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하겠다는 목표다. 위치기반서비스(LBS)를 활용한 신개념 지불 서비스나 음악 등을 활용한 문화마케팅 등은 올 하반기에 선보일 현대카드의 새로운 무기다.
이동욱 과장은 “타사와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놓고 비교하기보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와 경쟁한다는 생각이 더 크다”며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하반기에 새로운 채널을 선보이게 되면 우리가 목표로 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니인터뷰> 안인성 현대카드 소셜미디어팀장
“시장점유율(Market Share)보다 감정점유율(Mind Share)이 더 중요한 차별요소가 될 것입니다.”
안인성 현대카드 소셜미디어팀장(39)은 스마트금융 시대를 맞아 카드사는 ‘감정점유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 팀장은 “고객과 소통하는 접점 구축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며 “그 공간에서 많은 고객들이 새로운 생활방식을 향유하기 위해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드사를 넘어 통신사업자, 인터넷사업자 등이 현대카드의 새로운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근무하던 그가 카드사에 오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카드사업자, 금융사업자라는 영역을 벗어나면 새로운 영역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불 수단만이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의 전부는 아닙니다.”
따라서 그는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낼 생각이다. 단순한 포인트 적립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끊임없는 차별화와 혁신으로 기존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할 생각”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 플랫폼에 완전히 정착하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