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세계시장을 겨냥해 헐리웃 애니메이션에 버금가는 3D대작을 노린다면? 십중팔구 열명 중에 아홉은 “꿈 깨!”라고 충고할 것이다. 국내 3D 제작기술이 많이 앞서가지만 시나리오, 배급망, 실사 기술 등에서 아직도 글로벌 업체와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하회진 레드로버 사장(45)은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토종’ 3D애니메이션도 얼마든지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국내 수준을 감안할 때 모든 3D 분야를 잘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은 쫓길 뿐더러 너무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하는 게 올바른 전략입니다. 무엇보다 세계시장에서 이정표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단순한 호언이 아니다. 이미 해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3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봄을 목표로 4D 입체 애니메이션 ‘넛잡’을 제작할 계획이다. “넛잡은 총 제작비가 450억원 규모로 국내 최대입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다국적 애니메이션 영화가 될 것입니다. 배급은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가 맡을 예정입니다.”
넛잡은 3D영상과 4D효과를 동시에 구현한다. 레드로버는 특히 핵심 역량을 빼고는 모두 외주의 힘을 빌렸다. 말 그대로 ‘다국적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레드로버의 3D제작 능력,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능력, 미국 프로듀싱 노하우 등 애니메이션 강국의 핵심 역량을 모았습니다. 이 때문에 넛잡 프로젝트는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수준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입니다.”
레드로버는 이미 3D 입체버전 ‘볼츠와 블립’ TV시리즈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날렸다. 2D평면과 3D입체 버전으로 제작된 볼츠와 블립은 국내 TV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50억원이 투자된 대작이다. 제작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캐나다 3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툰박스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제작했다. 오는 9월말 미국 전역에 방영될 정도로 작품성과 제작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 사장은 “세계 무대로 나간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 콘텐츠”라며 “3D 영화 뿐 아니라 가방· 문구· 의류 등을 생산하는 기업과 상표이용권 계약을 맺을 정도로 사업성 면에서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레드로버는 넛잡·볼츠와 블립 등 아니라 비트파티·바나로열·푸비·얼스바운드 등 차기작도 지속적으로 준비 중이다. 하 사장은 “3D하드웨어를 시작으로 소프트웨어, 애니메이션 등 각 분야별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며 “글로벌 대작을 앞세워 ‘넘버 원’ 3D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