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SW강국 도약은 CEO 손에 달렸다

[ET단상] SW강국 도약은 CEO 손에 달렸다

 IBM은 ‘시스템/360’의 운용체계(OS) 확보를 위해 1963년부터 3년간 연인원 5000명을 투입해 100만라인 정도의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예정보다 1년 늦게, 원래 예산의 4배를 쓰고, 많은 결함을 안은 채 종료됐다. 이후 IBM은 SW개발의 품질과 생산성을 바로잡기 위한 SW공학의 연구개발에 본격 착수하게 되고, 오늘날 가장 앞선 SW공학을 적용하는 회사가 됐다.

 1995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넷스케이프보다 뒤늦게 웹 브라우저 개발에 착수했다. 불과 9개월 만에 인터넷 익스플로러3(IE3)를 출시해 2년 내에 시장점유 1위를 차지한다. IE3 프로젝트 성공의 비결을 보자. SW제품의 전체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아키텍처에 정의된 컴포넌트들을 병행 개발했다. 개발되는 코드를 매일 통합 테스트하고, 부분적으로 완성된 제품을 1~2개월 간격으로 3차에 걸쳐 사용자에게 공개하면서 사용자 요구를 적극 반영했다는 점이다.

 이 두 프로젝트를 비교해 보면 SW공학은 지난 40년간 꾸준히 발전했다. 최신 공학을 적용하는 SW기업들의 개발 역량 또한 크게 나아졌다.

 선진 SW개발 방식을 가지려면 첫째 개발인력의 역량이 중요하다. 본인이 개발할 코드의 분석/설계 모델을 종합적으로 스스로 작성하고, 테스트 케이스를 도출하고, 개발한 코드의 유닛 테스트를 통해 코드 및 설계를 개선하고, 오류 없는 코드를 완성해 프로젝트 형상관리 DB에 체크인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프로젝트 차원에서는 매일 여러 개발자가 완성해 체크인한 모듈들을 그 날 중에 모두 통합하고, 통합테스트를 통해 모듈 간 상호작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제거해야 한다. 지속적 통합 테스트가 가능하려면 개발하는 SW 전체의 요구정의와 아키텍처가 상세히 정의되고 통합테스트를 위한 스크립트가 개발돼 있어야 한다.

 1981년 기술창업자 7명이 설립한 인도의 인포시스는 SW공학의 철저한 교육과 표준 적용을 통해 오늘날 직원 13만명을 세계에 파견하는 일류 IT서비스 기업이 됐다. 인포시스는 인도 마이소르에 1만4000명을 동시수용하는 직원교육센터를 설립하고, 모든 신입직원을 6개월 간 합숙교육한 후 부서에 배치한다. 설립 초기에는 창업자가 직접 신입직원의 공학 및 기술 교육을 담당해 기술 및 인재 중시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것이 기업 성공의 DNA가 됐다.

 세계 선두 IT서비스 기업의 하나인 액센츄어는 개발인력 교육과정을 MIT와 공동 개발하는 데 1조원가량을 투자하고 매년 매출의 4%정도를 교육경비로 지출한다. 국내 SW기업들의 신입교육 기간이 1~2달에 불과하고, 매년 1% 내의 교육비 지출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개발인력의 역량이 강해야 그들이 경험을 축적하면서 훌륭한 아키텍트로, 프로젝트 매니저로, 컨설턴트로, SW기업 리더로 자라난다.

 세계 시장점유율 3~4%, 국내 GDP 1~2%에 불과한 현재의 SW산업을 10~20년 후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는 주력수출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대행진은 국내 젊은 개발자의 역량 강화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이미 2010년 SW강국도약 전략을 수립하고, SW 인재양성, 중소기업 및 수출기업 육성을 위한 많은 정책지원 과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임베디드SW, SW패키지, IT서비스 등 SW산업의 CEO들이 SW업의 경쟁력 요인에 대해 다시 한번 연구해보고, 가장 중요한 원천요소인 인재, 기술 및 공학에 대해 기업 전략 차원에서의 혁신적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박준성 한국과학기술원 산업 및 시스템공학 전문교수 june.park.sangj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