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연구개발 분야 투자가 활발한 지멘스의 강점을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다양한 신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연스럽게 국내 기업과의 협력이 확대되고 고용창출도 확대되겠죠. 글로벌 기업 지멘스지만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진정한 한국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한국지멘스 김종갑호가 출항했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차관에서 하이닉스 사장과 이사회 의장. 그리고 글로벌 기업 지멘스의 한국 진출 60년 사상 최초의 한국인 대표까지. 누구나 ‘이번에는 안주’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도전’이었다.

 김 회장은 “하이닉스에서 최악의 침체와 최고의 실적까지 모두 경험했다”며 “떠난 뒤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보며 내 역할에 만족하고 이제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제2의 도전을 시작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멘스 또한 세계 각국에서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진출국을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현지에 맞는 전략으로 그 나라와 지멘스가 동시에 성장을 추구하자는 것이죠. 한국지멘스가 60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인 대표를 택한 것도 현지화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한국지멘스의 12개 지사 중 9개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한국사업 전반을 컨트롤하게 된다. 요즘 지멘스의 국내 사업장은 물론이고 해외 지사를 방문하며 업무파악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김 회장의 목표는 단순하다.

 글로벌 기업인 지멘스를 진정한 한국기업으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시험해보고 싶은 욕심도 깔려 있다.

 지멘스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외국계 기업이든 한국기업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연구개발 기능을 확대해 나가며 한국 기업과 협력해 국내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지멘스가 한국에서 물품조달에 투자한 비용만 해도 6200억원. 최대한 국내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지멘스 본사의 핵심전략이라고 김 회장은 설명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시장을 창출하고 다른 기업과 협력하며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지멘스에 와서 업무 파악을 해보니 아직도 협력 가능한 분야가 많고 향후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향후 5년동안 새롭게 한국기업과 협력을 모색할 분야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협력을 통한 성장이 한국지멘스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국내 EPC(설계·구매·시공) 기업과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도 중동·아프리카·남미 등으로 진출해 매출신장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과 협력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으로 활발하게 진출해 나가겠다는 생각이 지금으로써는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관련 분야의 인수합병에도 항상 관심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국내 기업과의 협력과 함께 윤리경영의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윤리경영 측면에서는 지멘스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이라고 자신합니다. 평소에도 이러한 점을 강조했는데 와서 보니 ‘삼진 아웃’이 아닌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라고 할 만큼 엄격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기업에도 철저한 경영이 결국에 도움이 된다는 신념이 자리 잡혀 있습니다. 한국 내 협력업체와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윤리경영을 전파하는데도 주력해 보고 싶습니다.”

 협력을 강조하는 지멘스. 그렇다면 경쟁은 없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김 회장은 “당연히 한국 기업들과 사업 분야에서 중첩되는 부분이 있지만 오히려 중국·일본 등 다른 국가의 지멘스법인이 우리의 경쟁자”라고 설명했다.

 세계 190개국에 진출해 있는 지멘스이기에 한국에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도록 본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멘스가 전사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친환경사업 또한 한국 시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10월 1일부터 지멘스 전사 차원으로 새롭게 추진하는 인프라스트럭처&시티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도시·건물 분야에 스마트그리드로 대변되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지멘스의 앞선 기술을 한국 시장에 잘 녹여내고 싶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을 자랑하는 풍력발전 분야도 역시 눈여겨 보고 있다. 앞으로 해상 풍력발전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과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며 대비를 하고 있다.

 공무원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한 김 회장은 요즘도 “공무원으로서와 기업가로서 입장 차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도 밝혔다.

 김 회장은 “정부도 시장을 잘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을 잘 알아야 하고 기업도 주주의 단기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고객과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영속을 모색하는 것이 관심사가 됐다”며 “이렇게 보면 정부와 기업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인들로부로 ‘갑’인 공무원에서 ‘을’인 하이닉스로, 이번에는 ‘병’인 외국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끝없는 추락인지 끝없는 도전인지 나중에 여러분들이 판단해 주세요.”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