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PC 가상화, 회귀 VS 진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최근 1년간 PC 가상화 검토 및 도입 주요 사례

 기업들의 업무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들이 일제히 검토에 나선 기술이 있다. ‘클라우드 붐’과 함께 PC 가상화 기술로 통칭되는 서버기반컴퓨팅(SBC)과 데스크톱가상화(VDI)다. 일반인에겐 아직 생소한 용어들. 도대체 어떠한 효과가 있기에 기업들은 이 기술을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이 기업들이 하고 있는 공통적인 고민은 무엇일까.

 

 국내 한 그룹 보안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기밀 유출 보안 사고 80% 이상은 임직원의 업무용 PC에서 발생하고 있다. PC 문서를 유출하거나 USB 메모리로 빼내고 노트북PC를 분실하는 경우까지 기법은 다양했다.

 기업들이 내린 특단의 대책은 PC 저장장치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USB 포트도 막았다. 바로 SBC와 VDI 기술을 통해서다. 중앙 서버에 애플리케이션을 두고 같이 나눠 쓰는 SBC와 PC 애플리케이션이 중앙 서버에 존재하는 VDI는 ‘내 PC 자원이 중앙 서버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는 두 기술을 같은 맥락에서 보고 혹자는 같은 기술로 분류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속 빈’ 클라우드 PC도 바로 이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가장 빨리 움직였다. 정부가 권고한 강력한 보안 정책으로서 망분리 사업 확산 때문이다. 상반기 각 지자체, 공공 최대 규모로 도입된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특허청, 대법원 등 VDI 프로젝트가 줄을 이었다. 후속타로 나선 것은 금융권이다. 보험·생명·카드·은행 등 금융기관이 콜센터를 중심으로 확산을 서둘렀다. KT와 같은 통신사 내부 업무 및 콜센터에도 도입이 확산됐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차, 하이닉스반도체, 대한항공, 두산 등 대형 기업이 VDI 방식 검토를 본격화했다. 이들 제조 기업의 1차 적용 대상은 연구소다. 가장 큰 목적은 보안 강화다.

 ◇올 하반기가 관건…‘꽃’ 피울까=SBC 및 VDI 사업자들은 하반기를 ‘9부 능선’으로 보고 있다. 작년에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면 올해 상반기는 시범적용 단계다.

 실제로 상반기 대형 파일럿 프로젝트가 봇물을 이뤘다. 지난해 LG CNS에 이어 올해 상반기엔 삼성SDS가 내부 업무에 SBC를 구축, 삼성그룹과 LG그룹 내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도 급속히 확산됐다.

 삼성화재에 이어 삼성생명 등이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삼성전자도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이달 LG그룹 내에서만 LG전자, LG생활건강 등을 포함해 이미 10여개 파일럿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포스코ICT에 이어 내년 이후 포스코도 전사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와 대한항공도 상반기 파일럿 프로젝트로 성능 검증을 시도하고 있다.

 관건은 하반기다. 시험 가동을 체험한 최고정보책임자(CIO)와 현업 종사자는 기술 유용성과 투자효율성(ROI)을 따지기 시작했다. LG전자와 하이닉스, 현대차는 VDI 방식의 타당성 검토를 몇 개월째 거듭하고 있다. 클라우드PC를 잇따라 내놓은 PC제조사와 가상화 IT업체의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술검증(POC)이 계속되는 병목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이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초기 투자비용이다. 높은 솔루션 가격에 매년 책정되는 라이선스 비용과 버전 업그레이드 비용도 부담이다.

 ‘나만의 PC’가 사라지면서 과거 단말기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사용자의 언성도 높다. 보안과 업무 생산성을 위한 진화인지, 관리를 위한 퇴보인지를 두고 한 기업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빈 깡통이 된 업무용 PC…진화인가 퇴보인가=‘퇴보’를 주장하는 측은 대부분 사용자다. 텅 빈 PC로 “내 자산을 빼앗기는 느낌” 혹은 “회사로부터 의심받는 느낌”을 토로한다. 또 업무 속도가 느려지고 애플리케이션 설치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그룹 계열사에 VDI를 적극 확산하고 있는 웅진그룹 실무자도 “초기에는 불편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면서 “적극적 홍보로 변화관리에 힘썼다”고 회고했다.

 가격도 걸림돌이다. 상반기 VDI를 검토한 한 제조기업 CIO는 “재차 검토했으나 비용 문제로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PC보안 솔루션과 문서관리시스템(EDMS) 등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도면 등 CAD를 관리하려다 보니 용량이 커져 2~3개 PC당 서버 1대가 필요한 경우도 발생했다.

 긍정적 측면은 △보안 △모바일 업무 생산성 △친환경 △IT관리 편의성 등이다. 개인 PC 보안 사고는 방지할 수 있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IT 관리자는 PC 관리가 손쉽다. 데스크톱 가상화 후 한 명이 맡아 관리할 수 있는 PC 수는 두 배가 됐다.

 친환경 효과도 크다. LG CNS 관계자는 “초기 PC 구입비용 절감 효과와 더불어 SBC 도입 1년 만에 PC에서 사용하던 전력만 30%가량 감소했다”며 “지식관리시스템 구축도 용이해져 노하우를 쌓는 데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 SBC 및 VDI 분수령 역할을 돕고 있는 것은 스마트 모바일 오피스 확산이다. 두산, 대한항공, 대우조선해양 등 많은 기업이 모바일 업무 활성화 방안과 함께 VDI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모바일 업무를 적극 확산하고 있는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삼성SDS 관계자는 “최근 그룹 내에서도 모바일이 포함된 SBC를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서와 애플리케이션이 모여 있으면 어떤 모바일기기로도 원하는 데이터를 취할 수 있다. 또 중복 개발을 피하면서 쉽게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VDI를 검토하고 있는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구글, 아이폰 등 다양한 OS로 앱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VDI로 해소될 것”을 기대하며 “예전에 VDI는 보안을 위주로 많이 주목했지만 이제 모바일 업무를 위한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이테크 기업들은 SBC 기술을 적용해 효율적인 생산라인 관리도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SBC 기술을 활용해 MES 시스템을 쓰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MES 시스템을 PC마다 설치해야 하는데 서버에 올려놓고 사용자가 별도 설치 없이 SBC 서버에 접속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가운데 PC의 짐을 덜고자 하는 기업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표> 최근 1년간 PC 가상화 검토 및 도입 주요 사례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