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국내에 불어 닥친 스마트폰 열풍은 은행권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다가왔다.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거래는 물론이고 복잡한 상품 판매까지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은행들은 앞다퉈 스마트폰뱅킹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서두르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기보다는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우리은행 스마트폰뱅킹서비스는 최근 국내 처음으로 전자신문과 숙명여대가 실시한 ‘한국스마트앱평가지수’에서 은행부문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사용자 편리성과 비즈니스 극대화에 초점=지난 2009년 국내에서 최초로 하나은행이 스마트폰 기반의 뱅킹서비스를 출시했다. 당시 우리은행도 스마트폰뱅킹서비스를 준비 중이었다. 은행권에서 칩 없이 모바일뱅킹을 할 수 있는 가상(VM)뱅킹서비스를 가장 먼저 출시한 우리은행도 스마트폰 열풍이 일어나면서 일찌감치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고민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서두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금융감독원의 스마트폰뱅킹서비스의 보안규정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에는 보안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었다. 바로 사용자 편리성과 비즈니스 극대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랜 고민 끝에 우리은행은 스마트폰뱅킹서비스를 다양한 운용체계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가장 먼저 지난해 4월 27일 아이폰 운용체계(OS) 기반의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29일에는 윈도OS, 5월 17일에는 안드로이드OS에서도 가능한 스마트폰뱅킹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했다.
서비스 구현 방식도 다양화했다. 앞서 시작한 스마트폰뱅킹서비스가 애플리케이션 방식으로만 제공됐던 것에 비해 우리은행은 애플리케이션과 웹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적용했다. 속도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극복하고, 상품정보의 다양성은 웹을 통해 보완했다. 즉, 단순 금융거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빠른 시간 내 처리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다양한 상품정보는 웹을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발기간 대폭 단축…효과는 극대화=우리은행의 스마트폰뱅킹서비스 구축 사례는 다른 은행 사례와 비교해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개발기간을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초 본격적인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우리은행은 26일 만에 개발을 완료하고 27일째부터 서비스를 가동했다.
당시 은행 내부에서도 너무 기간을 짧게 정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일부는 그 기간 내 개발을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은행 U뱅킹사업단을 비롯해 우리에프아이에스 등 외부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해 총 20여명이 밤낮없이 개발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력들은 은행장으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우리은행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OS와 안드로이드OS는 직접 개발했고, 윈도OS는 금융결제원이 주도하는 금융권 공동 사업에 참여해 개발했다.
우리은행은 스마트폰뱅킹서비스에 다양한 상품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상품가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했다. 서비스 가동 초기부터 예·적금 신규가입, 예금 담보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1차 고도화를 통해 청약저축, 펀드 등의 상품을 추가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전화요금, 국민연금, 서울시지방세 등 각종 공과금 납부와 환전 등 다양한 서비스도 스마트폰뱅킹서비스를 통해 제공했다.
올해 5월에는 기존 개인뱅킹 위주로 구성돼 있는 서비스 체계를 개인뱅킹(원터치개인), 기업뱅킹(원터치기업), 금융포털(원터치월드) 3개로 나눠 구성했다. 애플리케이션 역시 3개로 분리해 개발했다. 여기에 개인뱅킹 서비스는 우리투자증권 서비스와 연계해 서비스 수준을 높였다.
이용희 우리은행 U뱅킹사업단 차장은 “새롭게 구성한 우리스마트폰뱅킹 원터치 서비스는 개인·기업 등 고객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스마트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 애플리케이션 간에 자유로운 연계가 이뤄질 수 있게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은행 스마트폰뱅킹서비스 가입자 수는 총 123만명으로 이 중 이용고객은 108만명이다. 금융상품 판매액은 전체 1050억원 규모다. 이는 우리은행의 스마트폰뱅킹서비스가 실제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용절감 효과도 있다. 창구 고객을 비대면 채널인 스마트폰뱅킹으로 전환시켜 창구이용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인터뷰>
이영태 우리은행 U뱅킹사업단 상무
- 짧은 시간 내 개발을 완료했는데 어려웠던 점은.
▲금감원 보안기준을 맞추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실제 일정이 촉박하긴 했다. 그렇지만 서비스 가동 일정은 고객과의 약속이다. 무엇보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오히려 개발 자체가 힘들었던 것보다 고객에게 스마트폰뱅킹서비스를 출시하고 난 후 고객이 보일 반응에 신경을 많이 썼다.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해주고 싶었다.
- 스마트폰뱅킹 서비스 출시 이후 직원변화 관리는.
▲창구 영업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뱅킹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특히 젊은 직원을 대상으로 실제로 스마트폰뱅킹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한 후 경험을 그대로 살려서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 스스로가 서비스의 장점을 잘 알아 고객에게도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
-향후 고도화 계획은.
▲그동안 스마트폰을 통해 금융거래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다양한 금융상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나갈 것이다. 앞서 개인, 기업, 포털 3개로 나눠 스마트금융서비스를 새로 구성했다. 특히 원터치월드인 스마트폰 기반의 금융포털을 고도화할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이나 기업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