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같은 사람이 없으면 참 편하게 살 것 같은데, 그럴 리도 없고….”
지난 21일 저녁,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말을 흐렸다. CJ그룹 회장인 그가 스티브 잡스 CEO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업하기 좋은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화되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잡스는 산업 패러다임을 일순간 바꿔버렸다. 노키아를 포함 상당수 휴대폰업계가 주도권 경쟁에서 밀렸다. ‘설마’하는 사이에 일어났다.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 더 심해진다. 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글로벌 경쟁 환경 규칙이 바뀌었다. 전설적인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본적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인들이 공감했다. 손 회장도 신 교수의 시각에 동의하며 “변화가 느린 산업은 다소 느긋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CEO가) 밤잠을 못 이룬다”고 토로했다. 기업인들은 전장터에 나와 있는 야전군 사령관과 같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정부 특히 정치권은 대기업 때리기에 열을 올린다. 내년 선거가 다가올수록 그 수위는 높아질 것이다. 법인세 인하 문제도 마찬가지다. 시행 반년을 앞두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퍼스트 무버(First Mover)’란 단어가 부쩍 많이 지면에 오른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왔지만, 앞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이처럼 힘겹게 해외에서 글로벌 대기업들과 싸우고 있는데 자꾸 국내에서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대기업도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뭇매를 맞아야 옳다. 하지만 ‘손보기’ 식은 절대 안 된다. 촉각을 다투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 기업들이 챙겨야할 것이 너무 많다. 우리는 지금 공든 탑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우리 기업이 일순간 무너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기업인들이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다.
서귀포=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