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청지정제` 도입이 프리보드 활성화 `대안`

  소형 코스닥 상장사 일평균 거래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약한 거래금액과 거래량, 자본조달 기능 상실, 부실기업 난립으로 인한 신뢰부족. 68개 기업이 지정된 프리보드의 현주소다.

  프리보드시장 운영주체인 금융투자협회 황건호 회장은 취임이후 줄곧 “프리보드를 차별화 된 자금시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금투협은 출범 후 지정기업의 신뢰 향상과 시장 제도 개선을 위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 경쟁 매매 도입에 난색= 금투협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건 경쟁매매 방식 도입에 감독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금투협은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비상장 신성장동력 기업 육성을 위해 프리보드 시장의 경쟁매매방식 도입, 코스닥 시장에 준하는 세제 혜택 등을 추진했지만 최근 저축은행 문제와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에 묻혀 논의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경쟁매매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처럼 거래소가 매도인과 매수인간 매매 수량을 비교해 서로 부르는 가격(호가)를 조정하고 그 일치점에서 매매가 성립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매도인이나 매수인은 상품과 대금 지급만 하면 된다. 역으로 현재 프리보드는 거래소 개입 없이 매매 쌍방이 일대일 협의해 수량과 가격을 결제하는 상대매매만 가능한 상황이다.

 제도 개선에 칼자루를 쥔 금융위가 프리보드시장 경쟁매매 도입에 난색을 표하면서 상황은 막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경쟁매매 방식 도입은 새로운 거래소 신설을 전제하는 것으로 법 개정과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다”며 “금투협이 시장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시장 조성 기능까지 맡기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프리보드의 신뢰수준으로는 협회가 시장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 프리보드 시장의 거래 부진에는 기업 부실도 한몫하고 있다. 68개 지정기업 가운데 투자유의 종목이 35개사로 절반을 넘을 만큼 부실기업이 한데 섞여 있다. 투자유의 기업은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불성실공시 기업까지 포함돼 있다.

 ◇‘미신청지정제’ 도입이 관건=금융위는 경쟁매매 도입 대신, 프리보드 활성화를 위해 ‘미신청 지정제도’와 ‘증권사 지정자문사제도’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 초부터 일반 장외주식시장처럼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미신청 지정제도와 함께 증권사 지정 자문사제도 도입을 논의 중”이라며 “연말까지 도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민간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하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금투협은 장외 주식을 별도 지정하지 않고 거래하는 미신청지정제도를 도입할 경우, 거래 활성화에 긍정적이란 입장이다.

  최정일 금투협 이사는 “미신청지정제도가 도입되면 비상장 대형기업 주식도 프리보드에서 거래가 가능해진다”며 “자연스럽게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프리보드 지정기업을 증권사가 자문한다면 기업 신뢰도와 회계관리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

 ◆미신청지정제= 주식 거래대상 기업이 별도 지정이나 상장을 하지 않았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비상장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할 때 적용된다. 프리보드는 매도인과 매수인간 호가와 수량을 일치시켜 거래하는 상대매매란 점에서 장외시장과 동일하지만, 지정기업에 한해 주식거래가 허용된 점에서 일반 장외주식시장과는 차별화됐다.

 

 표/프리보드가 안고 있는 문제점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