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天災地變)’이라는 말이 있다. ‘지진·홍수·태풍 따위와 같이 자연현상에 의해 빚어지는 재앙’을 일컫는 말이다. 천재지변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천재지변이 지금보다 더 빈번해지고 강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피해를 입는 사람과 손실이 늘어나게 되는 등 우리 삶이 불안정해질 것이다.
지난해 추석 서울 한복판이 물에 잠겼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원인은 하루 동안 259.5㎜의 폭우가 쏟아져 서울 시내 배수 용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에는 강릉에 하루 동안 870.5㎜의 비가 온 적이 있고, 지난주 일본을 강타한 태풍 ‘망온’은 하루 동안 800㎜의 비를 뿌렸다. 이 정도의 비가 서울에 온다면 이것이 바로 천재지변이다. 기후 학자들은 앞으로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더 빈번하고 세질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바로 우리 눈앞에서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고, 폭염에 노약자들이 희생되며 먹을거리 생산이 타격을 받는 등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를 막는 일’과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일’이다. 피해를 줄이겠다는 적응 정책에 관해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가 없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관해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오히려 국익에 크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본다.
첫째,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비용은 GDP의 1~5%지만 이를 막지 못하면 5~20%의 피해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만 비껴갈 수는 없다. EU 등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인 국가들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온실가스 감축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1인당 에너지 수입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유가파동이 있을 때마다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면 우리 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미국의 북서태평양국립연구소(PNNL)는 국제 온실가스 규제 시 국제유가 하락으로 우리나라가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셋째, 녹색국가로서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실제로 우리의 기후정책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녹색산업의 수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정부는 녹색산업의 아이콘인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각각 제2의 반도체, 제2의 조선업으로 육성해 새로운 먹을거리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최근 온실가스 감축의 구체적 로드맵으로 ‘부문별·업종별·연도별 감축목표’가 확정됐다. 1990~2005년간 2배로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을 2005~2020년 동안 4% 감소세로 돌려놓는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GDP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그야말로 저탄소 사회로의 ‘녹색 전환(green transformation)’이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막을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막아야 한다. 우리 후손이 바뀐 기후에서 빈번한 천재지변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려면 말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 중 하나다. 지구를 살리고 우리 스스로를 살리는 일에 여러분 모두의 동참을 호소한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 ysyoomev@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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