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원의 웹3.0](5)소프트웨어 가치사슬

 소프트웨어 가치사슬(Value Chain)이 바뀌고 있다. 인터넷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늘 접하는 게 소프트웨어다. 우리가 손쉽게 PC나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한 중요한 재료가 바로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우리 상식 이상으로 역사가 깊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업무를 전산화하고 다양한 기기의 작동을 보조하기 위해 전산화된 언어를 프로그래밍으로 사용했다. 물론 최근에 와서 인터넷 서비스의 비약적 발전으로 소프트웨어가 일반인에게도 쉽게 다가갔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도 변하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 산업 변화를 이해하기 쉽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 지고 전문가는 인간보다는 기계에 가까운 커뮤니케이션 언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프로그래머의 전문성 장벽이 낮아지고 사용하는 언어도 자연어에 가까운 이른바 4세대 언어(4GL)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런 변화는 소프트웨어 생성을 자극하고 보다 풍부한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에게 공급되도록 하는 유인 요소다.

 둘째,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는 특정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지고 공급됐다. 그 자체가 보편적 개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형성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예를 들어 하나의 기업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는 그 기업이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2차 서비스나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기반 요소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특정 소프트웨어가 바로 소비자에게 하나의 상품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공급자에서 바로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되는 사례도 늘어났다.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다운받아서 이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셋째, 기존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를 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언어 환경 등을 제외하고는 재활용되거나 중간재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었다. 최근에는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또 다른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중간 재료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발달과 새로운 플랫폼 등장에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생산·공급·유통·판매·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개인은 보다 풍부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산업의 변화 바람에 비춰 볼 때 국내 소프트웨어 관련 현황은 그다지 긍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먼저 폐쇄적 소프트웨어 제작·유통 관행과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기존 사업자의 기득권 지키기 형식의 시장 저해 행태가 도처에 존재한다.

 나가 2006년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이 때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전자상거래 서비스관련 회사를 방문해 인터뷰를 하던 중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검색엔진을 만드는 분야에 50여명의 엔지니어가 포진해 있었다. 반면, 웹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에는 단 7명의 엔지니어만이 활동하는 데에 놀랐다.

 이때 인터뷰한 CTO는 실리콘밸리 내에서 웹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웹 프로그램의 오픈소스가 발달되고 커뮤니티와 함께 운영되고 있어서 마치 레고 블록을 쌓듯이 웹서비스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영 인력을 최소화하고 핵심 경쟁력 분야에 인력을 집중배치할 수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많은 시사점을 볼 수 있는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도 보다 경쟁력 있고, 개방적이며 협업적인 형태로 변모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어둡다는 점이다. IT와 관련한 인력은 많으나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두려움까지 든다. 지금은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기조에 맞는 환경적 변화와 혁신을 통해 보다 우수한 사업적 경쟁 기반을 구축할 때다.

 클라우드나인크리에이티브 대표(sowny@cloud9.co.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