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프트 기술과 S급 인재, 특허를 삼성의 당면한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지금 당장 확보할 것을 지시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낼 인재 확보, 특허 축적 및 애플 등 경쟁사와의 특허 전쟁 기선 제압 등 삼성이 풀어야 할 각종 현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29일 오전 약 2시간에 걸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리는 `2011년도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를 참관하고 전시된 제품을 직접 비교ㆍ시연하며 삼성과 경쟁사 제품의 경쟁력 수준을 점검했다.
그가 행사장을 찾은 것은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창조경영`을 강조했던 2007년 전시회 이후 4년 만으로,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경영진 20여명이 수행했다.
이 회장은 전시회를 둘러본 뒤 삼성 사장단에게 ▲소프트 기술 ▲S급 인재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5년, 10년 후를 위해 지금 당장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 기술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서비스, 솔루션 등 소프트 기술이 제품을 고부가가치화하고 같은 제품이라도 소프트 기술의 수준에 따라 보급형이냐 프리미엄급이냐를 갈라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그렇다고 하드웨어를 가볍게 봐서도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부품 수를 줄이고 가볍고 안전하게 만드는 등 하드웨어도 경쟁사보다 앞선 제품을 만들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따라서 그가 늘 강조해온 대로 `소프트 기술과 하드 기술의 조화가 제품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사장들이 S급 인재를 뽑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재 확보와 관련한 이 회장의 집착은 남다르고, 수많은 어록도 남겼다.
2002년 6월 용인연수원에서 열린 `인재 전략 사장단 워크숍`에서는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고 말했었다.
또 2003년 5월 사장단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인재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며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일할 토대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지금은 특허 경쟁의 시대로, 기존 사업뿐 아니라 미래 사업에 필요한 기술과 특허는 투자 차원에서라도 미리미리 확보해 둬야 한다"고 지시했다.
스마트폰을 둘러싼 애플과의, 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둘러싼 오스람과의 `특허 전쟁` 등 현안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고 삼성에 대한 국내외 경쟁사의 견제를 뿌리치려면 기술과 특허 확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4월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처음 출근했을 때도 애플의 삼성에 대한 스마트폰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해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며 "애플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전시회는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지속 성장을 위한 차별화 및 솔루션ㆍ서비스 강화`를 주제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약 2천150㎡(650평) 규모로 마련돼 67개 품목, 356개 모델(경쟁사 183개 모델 포함)이 전시됐으며 삼성 임직원 2만명이 다녀갔다.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삼성과 일류 기업의 제품과 기술력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매년 또는 격년 단위로 열어온 이 행사에 이 회장이 불참한 것은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등에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09년이 유일하다.
이 행사는 삼성이 전기·전자 및 반도체 등 첨단 IT 분야에서 `월드 베스트` 제품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전시회 참관이 끝나고 나서 사내 식당에서 임직원과 점심을 함께하고 임직원 요청에 따라 기념 촬영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