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복잡해진 국내 총판체제 재정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기존 총판 업체들 간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오라클·한국HP·SAP코리아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최근 국내 총판들을 재평가해 새롭게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 회사들은 최근 1~2년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피인수기업의 국내 총판들과 기존 총판체제가 실타래처럼 엮여 복잡해진 곳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오라클이다. 한국썬과 BEA시스템즈 등의 인수과정에서 국내 총판이 2배 이상으로 많아지면서 여러 문제들이 제기돼 왔다. 한국오라클은 올해 초부터 작업에 들어가 최근 6개 업체로 유통 체계를 정리했다. 대상정보기술, LG엔시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지티플러스, 유클릭, 영우디지탈 이다. 이들은 앞으로 오라클 내 솔루션 및 하드웨어 제품 모두를 판매하게 된다.
한국HP도 지난해 쓰리콤을 인수하면서 총판 재정비 작업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또 한국오라클의 총판으로 결정된 업체 가운데 한국HP의 주요 총판도 포함돼 있어 이른 시일 내 조정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한국HP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총판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왔지만 조만간 ‘리뷰(재점검)’ 작업을 거쳐 재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오라클에 이어 한국HP까지 총판 재정비에 나서게 되면 국내 글로벌 IT업체 유통시장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베이스와 비즈니스오브젝트(BO)를 인수한 SAP 역시 국내 총판체제를 최근 정리했다. SAP코리아는 BO의 ‘크리스털리포트’ 등 범용 SW를 취급하는 총판 한 곳만 남긴 채 모든 솔루션을 직접 영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IT업체들의 국내 총판 새판 짜기 과정에서 살아남은 총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정 브랜드의 일부 솔루션만 취급했던 총판이라면 솔루션 종류 증가로 수익성 다변화가 가능해졌지만 경쟁 업체의 제품을 함께 유통해 왔던 총판 입장에서는 다른 한쪽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오라클 총판으로 선정된 영우디지탈은 한국HP의 하드웨어 유통을 주력해 왔던 곳이다. 썬의 시스템까지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면서 취급 브랜드 제품을 전반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IT기업들이 갈수록 덩치가 커지면서 주로 300억원 이상의 운영자금을 갖고 있는 중견 기업들이 총판으로 선정됐다”면서 “이들 대형 총판과 중소 총판 간의 격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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