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하반기 지방 이전 공공기관과 국책연구기관들이 사옥 착공에 일제히 나섬에 따라 금융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시중은행간 경쟁도 본격화된다. 기관 한 곳당 수십억원 자금이 걸려 있고, 경우에 따라 주거래은행 변경을 통해 장기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KB국민은행·농협중앙회·IBK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세종시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금융지원 협약을 맺기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개별 접촉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조세연구원 등 세 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신사옥 건축비용 여신지원과 현 사옥 매각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7월 초 기관영업추진부를 신설했다. 농협중앙회와 기업은행도 입찰을 따내기 위한 정보 수집에 나섰다.
시중은행이 공공기관 이전에 주목하는 것은 기관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관은 모두 147개로 이 중 120개 기관이 사옥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5월 말 현재 17개 기관이 이미 사옥 착공에 들어갔으며, 하반기에는 63개 기관이 청사를 착공한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책연구기관 16곳도 사옥을 신축한다.
이들 공공기관은 기존 사옥 매각을 통해 이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규모가 큰 몇 곳을 제외하고는 건축비용 여신지원과 직원 이주비용 등을 한 번에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공공기관들 대부분이 업무협약을 통해 은행권 지원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전 예정인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사옥 이전을 위해서는 수 십억에서 수 백억원 자금이 필요한데 기존 사옥 매각 등을 통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어 은행과 협약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주거래은행 변경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이다. 공공기관 가운데 이전 관련 예산을 충분히 책정한 곳은 신사옥에 입주할 주거래은행을 새로 선정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공공기관 고객을 많이 확보한 우리은행이 앞서 나가는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협약을 맺으면 수 십억에서 수 백억원의 자금을 관리하게 되고, 입점은행으로 선정되면 지속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입찰 계획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은행들의 눈치경쟁이 치열하다”며 “100여 곳에 이르는 기관이 신사옥 착공에 돌입하는 8월부터는 은행들의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