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천정부지로 치솟는 휘발유 값에 서민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 요즘 주행 중 급가속하는 운전자는 ‘기름값 무서운 줄 모른다’는 핀잔을 듣는다. 자동차 연료가 더 빨리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지식경제부가 기름값 잡는 묘책을 들고 나왔다. 공익단체, 공공기관, 대기업 등이 공동출자한 ‘대안 주유소’를 전국에 1300곳 만들어 현행 소비자 가격보다 ℓ당 70~100원을 낮추겠다는 얘기다.
실물경제 부처로서 지경부의 고민은 나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안 주유소’는 마치 최근 대학가에서 유행 중인 ‘사회적 기업 창업 동아리’ 아이디어를 보는 듯하다. 취지가 좋고 시도만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다소 어설프다. “부지는 공짜라도 이윤 없는 주유소를 누가 운영하냐”는 업계의 반발이 벌써부터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이점인 가격 역시 저렴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정부는 대안주유소 기름을 해외에서 수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해외와 국내 간 기름 가격 차이가 거의 없고 ℓ당 20원인 수송비를 감안하면 오히려 비싸질 가능성도 있다.
시기도 애매하다. 대안주유소가 만들어지고 공기업이 기름 공급 인프라를 갖춘 뒤,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기름을 공급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쯤인지 예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에 국민 세금이 추가로 들어가는 부분은 아직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사실상 ‘관영 주유소’로 자본주의를 무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로부터 “나오는 정책마다 땜질식”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왜곡된 유통구조가 있다면 정면으로 부딪혀 개선할 일이다. 유통구조를 개선하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유류세 인하가 더 현실적이다. 최중경 장관은 평소 정면 승부를 펼치기로 유명하다. 국민이 그에게 기대한 것도 문제의 본질과 싸우는 추진력이지, ‘최중경표 주유소’는 아니다.
대학 동아리 시도는 창의성이 돋보이면 칭찬받지만, 정부 정책은 창의성만 가지고는 안된다. 국민은 실험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미나 산업전자팀 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