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재무 실사에 들어간 SK텔레콤과 STX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주식관리협의회(채권단)가 제시한 구주 매입 비율과 관련, 조금이라도 구주를 많이 사가는 쪽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STX는 9월초까지 하이닉스 장부를 꼼꼼히 살펴보면서 또 한편으로는 막판까지 구주 매입 비율을 놓고 머리싸움을 펼치게 됐다.
실사 전 채권단 측은 구주 매입비율은 전체 매각 지분 15% 절반인 7.5% 이상, 신주 발행 10% 이하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바 있다. 속이 타들어가는 SK텔레콤과 STX와 달리 채권단 측은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채권단 소속 은행 관계자는 “현재 실사 중이고, 구주 매입이나 신주 발행 비율은 채권단 내부에서도 전혀 합의되지 않았다”며 “구주 매입 비율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으로 잡을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주요 은행들이 지분을 파는 만큼 구주 매각 비율을 높여 최대한 매각이익을 챙기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단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거듭 밝힌 것은 응찰자인 SK텔레콤과 STX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차원이지 구주 매각 비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하반기 영업외수익을 단단히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실사가 끝난 뒤 채권단 소속 은행들은 구주매입 비율을 높이는데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과 STX는 채권단의 이 같은 매각 시나리오에 심정적으로 반발하면서도 공식적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설비투자 및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반도체사업에 새로 진출하는 만큼, 신주발행 비율을 높여 하이닉스 내부에 유보자금을 늘리는 쪽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한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실사를 벌이고 나면, 향후 투자나 사업비전에 대해 명확한 판단이 설 것으로 본다”며 “아직은 실사 후 입찰포기 등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구주비율을 무조건 높인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채권단이 하이닉스 매각이 번번이 무산됐을 때는 어떻게든 팔겠다고 저자세로 일관하다가 이번에 경쟁구도가 되자 매각이익을 더 많이 챙기려 한다며 채권단을 질타하는 소리도 나온다.
이달 초까지 실사를 벌인 뒤 매각 조건 등을 정해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지고, 이후 본계약후 이르면 11월 매각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진호·이경민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