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지난 2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예상대로 최악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는 매출액 12조1209억원과 영업이익 97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보다 매출액은 2%, 영업이익은 무려 86%나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더하다. 에쓰오일의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흑자는커녕 140억원 적자를 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실적 발표까지 시일이 좀 걸리겠지만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 석달간 기름값 할인으로 인한 손실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원적지관리 담합행위 과징금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정유업계가 울며 겨자 먹기로 기름값을 낮춘 건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정부가 기름값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지난 1월 13일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 발언 이후부터다. 석유가격TF, 기름값 할인 종용, 담합행위 적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유업계를 압박해갔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격 인상에 대해 서로 손가락질하고 있어 과연 누가 옳은지 가격이 제일 높은 주유소를 500개 샘플링해 들여다 보겠다”며 “주유소 장부 등도 살펴볼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제는 공익단체나 공공기관이 국·공유지에 셀프주유소를 설립하고, 사은품이나 세차 등 불필요한 서비스를 없애는 대신에 가격을 ℓ당 70원가량 낮추는 대안주유소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독려하기 위해 규제도 완화한다.
정유업계와 주유소업계는 정부가 시장논리를 왜곡하고 사실상 국영 주유소를 도입하려 한다고 토로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물론 죽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기름값 잡으려다 업계는 물론이고 시장의 근간까지 흔들게 생겼다.
시장은 공급과 수요의 원리에 의해 형성된다. 가격이 높으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낮으면 수요가 늘기 마련이다. 정부가 개입하면 시장이 왜곡된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또 다른 개입이 필요해진다. 기름값은 잡는 게 아니라 따라 가는 것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