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주요 가전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급락하자 국내외 가전업계가 하반기 제품가 인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차세대 스마트 제품이 하반기 본격 출시된다는 점도 가전 가격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분석된다.
1일 국내외 주요 가전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제품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경쟁 구도 때문에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했지만,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해 가격상승을 조율하고 있다.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하반기 출시 제품부터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키로 했다. 키이스 맥로린 일렉트로룩스 CE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제품 가격 인하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실적 회복을 위해 주요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하고 비용 효율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렉트로룩스는 지난 상반기에 이어 오는 8월 북아메리카에서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유럽에서는 오는 10월 5∼7% 수준의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가격 인상이 확정됐다.
정도현 LG전자 CFO도 최근 IR를 통해 “레진·동·철판 등 가전 원자재 가격이 상당히 올라 가격 압박을 이기지 못한 업체들이 신제품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LG전자도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하반기 가전부문 이익률이 다소 회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발표된 LG전자·일렉트로룩스·월풀 등의 이익률은 크게 낮아졌다. LG전자의 지난 2분기 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가전사업부문(HA) 영업이익률은 작년 동기 대비 6.8%에서 1.8%로 추락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1851억원에서 50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027억원임을 감안해도 하락폭이 크다.
글로벌 업체 상황도 마찬가지다. 일렉트로룩스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률 3.1%로 전년 동기 4.7%에서 1.6%포인트 줄었다. 월풀 영업이익률은 7.3%에서 4.7%로 낮아졌다.
가전업계 영업이익률 하락은 세계적으로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한데다가 원부자재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 ‘아직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주요 기업이 제품가격을 올릴 경우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가전 출시도 하반기 가전제품 가격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LG전자는 하반기부터 스마트그리드와 연계한 세탁기, 냉장고 출시를 예고했다. 똑똑한 기능을 강조한 로봇청소기와 오븐 등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월풀은 연내 스마트그리드와 연계한 의료건조기 출시를, GE는 전력요금별 시간대를 활용한 제품 판매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 기반을 둔 밀레도 그동안 전시회에서만 선보였던 스마트 가전제품 하반기 출시를 공식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가전사들이 하반기에 프리미엄급 제품 라인업 확대를 통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며 “가격경쟁 위주였던 가전시장 흐름이 하반기에 품질경쟁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도 주요 관심사”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