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야간 골프 조명을 둘러싸고 때 아닌 에너지 절약 논쟁이 일었다.
골프장 야간 조명 금지조치에 반발한 골프업계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 행정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가 올해 3월 내린 이 조치는 이 때문에 사라지게 됐다.
골프장 업계는 야간 골프 시장이 사라지면서 대규모 매출과 상당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야간조명 금지 조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력 업계는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우려를 표명했다. 에너지절약은 단편적인 경제논리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전력수급과 절약을 위한 노력이 일부에서만 맴도는 메아리였던 것 같다”며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골프장 업계 주장은 야간 영업을 하면 전기요금은 128억원이지만 이로 인해 755억원의 세수, 6000억원의 매출, 5040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만큼 이득이 많다고 주장한다. 128억원을 아끼기 위해 다른 이득을 포기한다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37조원의 전기를 써서 226조원의 세수와 1173조원의 GDP, 2399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전기를 더 많이 써서 경제성장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전기를 무한정 생산할 수 없다. 원가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은 국내 전기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골프업계 논리로 생산업계·식품업계·서비스업계 등에서 유사 소송을 제기한다면 서울행정법원은 판례에 따라 모두 이들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전력사용량으로 전력수급 위기국가가 됐다. 경제활동을 부추기기 위해 전기사용을 권할 정도로 여유부릴 때가 아니다. 자원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자원 빈곤국임을 잊어서도 안 된다.
에너지 절약은 일부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정부가 관련 정책을 세우고 국민은 이에 동조하는 국가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녹색성장을 기조로 삼은 정부기관 내에서조차 이 같은 가치가 공유되지 않는 것 같다. 더 많은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 에너지 절약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서울행정법원에 반문해보고 싶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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