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기업들이 협력사 자금지원을 위한 동반성장(상생협력) 펀드를 잇따라 조성한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금리 일괄 감면 조치를 시행했다. 그동안 신용도가 우수한 협력사에는 동반성장 펀드 금리가 기대만큼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내 대표 기업이자 가장 큰 규모로 펀드를 조성한 삼성전자가 금리 인하 조치에 나서면서 동반성장 펀드의 실효성이 높아질지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IBK와 총 1조원 규모로 조성한 동반성장 펀드 금리를 최근 협력사 신용도에 상관 없이 1.4%씩 일괄 감면해주기로 했다. IBK와 거래 실적에 따라 협력사들은 추가 1%까지 인하 혜택을 얻을 수 있어 최고 2.4%의 금리 효과가 기대된다. 종전 평균 7%대까지 육박했던 금리는 현재 5%대로 내려갔다.
삼성전자가 동반성장 펀드의 금리를 크게 낮춘 것은 우량 협력사에 실질적인 혜택이 적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1, 2차 협력사 가운데 신용등급 트리플B 수준만 해도 주거래은행으로부터 통상 4~5% 수준에서 돈을 빌려 쓸 수 있다.
삼성전자 2차 협력사인 A사 대표는 “금리 면에서는 동반성장 펀드의 이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면서 “최근 이 문제점을 삼성 측에서도 인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조원 규모로 시작한 삼성전자 동반성장 펀드 대출 실적은 지금까지 170여개 업체 2100억원 정도다.
반면에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LG전자 상생협력 펀드는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LG전자는 역시 IBK와 공동으로 총 125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펀드를 조성했고 현재 이 가운데 100여건, 약 1000억원의 대출 실적을 기록 중이다. LG전자는 애초부터 금리 일괄 감면 조치를 시행, 신용등급에 따라 1.9~2.4%까지 금리 인하 혜택을 주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100여건의 대출 사례 가운데 평균 금리가 6% 이상인 경우는 전체의 10%에 불과했던 것으로 자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량 협력사들에는 금리 혜택이 여전히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데다, 과거 관례를 감안할 때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자칫 납품 계약 시 불이익을 요구받거나, 불필요한 경영 간섭이 뒤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품 업체인 B사 대표는 “과거 협력사에 자금을 지원했을 때 구매부서는 어음 결제일을 늘리는 관행도 있었다”면서 “(현재 상생 펀드가) 그 정도는 아니어도 최소한 공급 협상에서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꺼려진다”고 고백했다.
다른 부품 업체 C사 대표는 “자금 사용 내역을 요구할 때 협력사들로서는 회사 기밀 사항까지 공개해야 하는 부담을 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